
국회가 통과시킨 특검법은 김 여사를 둘러싼 16가지 혐의를 명시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공직선거법 위반, 명품 수수, 대통령실 이전 이권 개입, 건진법사 등 비선 연계 의혹까지 포괄된다. 수사 범위가 방대한 만큼, 실체 규명에서 빠져선 안 될 핵심 쟁점도 명확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김 여사가 작전 세력과 공모해 차명계좌로 시세조종에 가담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검찰은 지난해 말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특검이 임명된 직후 300건 이상의 추가 녹취파일이 확보되며 국면은 반전됐다. 이 파일에 김 여사의 직접 개입 정황이 담겼다면 수사의 정점은 다시 김 여사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여당 공천 및 인사 개입 의혹도 주요 대상이다. 김 여사가 특정 인사에게 공천을 약속하거나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받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그 발언이 단순한 덕담인지, 실질적 지시로 이어졌는지를 특검은 물증과 주변 진술을 통해 가려야 한다. 대통령 배우자가 여당 공천과 정부 인사에 직간접 영향을 행사했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을 넘어 헌정질서 교란의 중대 사안이다.
이번 특검 수사에서 증거 인멸 방지는 무엇보다 시급하다. 주요 의혹 상당수가 2~4년 전 사건이거나 검찰이 이미 종결한 사안이기 때문에, 증거가 민간에 분산돼 있거나 이미 훼손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사 초기에 디지털 포렌식과 압수수색을 통해 자료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실명과 차명 계좌 식별도 필수 과제다. 도이치모터스 수사에서 김 여사 계좌 외에도 ‘권오수 리스트’ 등 차명계좌 의혹이 제기돼 왔다. 김 여사 본인뿐 아니라 윤 전 대통령 또는 김 여사 일가의 직·간접 거래도 검토 대상에 포함돼야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
권력형 공모 구조의 실체를 밝히는 작업도 빠질 수 없다. 김 여사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대통령실 참모, 전직 수행비서, 측근 기업인 등이 조직적으로 역할을 나눴는지 파악해야 한다. 단독 행위냐, 공모에 의한 조직적 국정 개입이냐는 기소 여부의 분기점이 된다.
박근혜 정부 당시 최순실씨에 대한 특검도 초반엔 ‘비선 실세’라는 별칭으로만 불리다, 실제 국정 개입·이권 개입·문화계 블랙리스트 등으로 수사가 확장되며 국정농단 실체가 드러났다. 이번 특검도 의혹 목록 나열에 그치지 않고, 그 행위가 실제로 공적 권한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건희 특검은 특정인의 사법적 책임을 묻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통령 배우자가 공직 윤리와 권한의 경계를 어디까지 지켜야 하는지, 제도적 감시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시민 앞에 되묻는 절차이기도 하다. 윤 전 대통령이 임기 중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고 강조했던 그 말이, 자신과 배우자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될 수 있음을 이번 특검이 보여줘야 한다.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유전무죄 무전유죄’, ‘권력의 사각지대’라는 냉소 속에 법치를 무너뜨린 경험이 있다. 그 무너진 신뢰를 복원하려면, 권력 최상층부에도 동일한 잣대가 적용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특검 수사는 법과 증거의 영역이다. 수사로 증명할 수밖에 없다. 김건희 특검은 그 시험의 첫머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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