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미국과의 2차 무역협상에서 희토류 수출 통제를 완화하기로 합의했지만 포드자동차 등 미국 업체들은 희토류 확보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간 희토류 수출 통제 완화 합의 이후에도 포드를 비롯해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 희토류 대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사 드레이크 포드 부사장은 이날 미시간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상황이 일부 개선되긴 했지만 희토류 부족으로 인한 생산 중단을 피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물량 조정"이 필요하다면서 "겨우겨우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포드는 지난 5월 희토류 자석 부족으로 시카고 자동차 스포트유틸리티차(SUV) 생산 공장 운영을 일주일 동안 중단하기도 했다.
희토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 제조사는 포드뿐만이 아니다. 다른 여러 업체들도 WSJ에 중국 정부의 희토류 자석에 대한 수출 허가 승인 속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희토류 자석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공장 운영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앞서 중국은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에 대한 보복 조치로 디스프로슘·테르븀 등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 시행에 들어갔다. 이 희토류는 자동차를 비롯해 스마트폰, 제트전투기 등 첨단 제품 생산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이에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자 미국은 지난 9~10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중국과의 2차 비공개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중국이 대미 희토류 공급 문제를 중점으로 다뤘고, 중국은 미국에 희토류 수출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체들의 우려처럼 중국의 대미 희토류 수출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WSJ이 중국 세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5월 중국의 희토류 자석 총 수출량은 120만㎏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줄었다. 2012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특히 이 기간 미국으로의 희토류 자석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93% 급감한 약 4만6000㎏에 그쳤다. 거의 중단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더구나 중국은 지난 런던 합의에서 희토류 수출 허가 기간을 6개월로 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광물인 희토류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이후 미국과의 협상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희토류 수출 허가 발급 중단 카드를 꺼내 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3분의 2를 채굴하고, 세계 공급량의 90% 이상을 가공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단시간에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WSJ은 "6개월 제한을 둔 이 합의의 목적은 중국이 핵심 광물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향후 무역 협상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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