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는 관광을 고용 창출, 외화 획득, 지역 활성화, 국가 이미지 제고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전략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에 따르면, 관광산업은 전 세계 GDP의 10%, 고용의 10%를 담당하고 있으며, 팬데믹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주요 국가들은 관광 회복을 경제 재도약의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관광의 산업적 기원과 세계의 변화
세계의 움직임은 매우 빠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GDP의 12~15%를, 태국은 외화수입의 20% 이상을 관광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이후 시대를 대비해 대규모 관광 도시를 조성 중이며, 두바이는 관광만으로도 세계적인 도시 브랜드를 구축했다.
일본은 2013년까지만 해도 한국보다 관광객 수가 적었으나, 2016년 ‘내일의 일본을 지탱하는 관광비전’을 수립한 뒤 지방관광, 교통, 면세, 홍보 등 전방위적인 혁신을 추진한 결과, 2019년 외래관광객 3,188만 명, 관광수입 약 52조 원을 기록하며 아시아 대표 관광대국으로 부상했다.
◆한국 관광, 왜 뒤처졌는가?
1970년대 박정희 정부는 ‘관광입국’을 선언하며 경주 보문단지, 제주 중문단지, 민속촌, 고속도로 등 대규모 인프라를 조성하고 관광 산업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이후 수십 년간 관광정책은 일관성을 잃었고, 전략 부재, 관광공사의 기능 축소와 면세점 민영화, 중소기업 방치, 위기 대응의 미봉책 등으로 산업 기반이 점차 붕괴되었다.
현재 한국 관광산업은 GDP의 4%, 고용의 5%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이는 세계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또한 외생 변수에 취약해 코로나19, 북핵 리스크 등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중소 관광업체는 생존 위기에 처해 있다.
더구나 도시화율이 92%에 달하는 초도시형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산업의 GDP 비중은 OECD 평균(74%)에 한참 못 미치는 59%에 불과하다. 이는 산업 구조 자체가 고도화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관광은 AI와 자동화로 대체할 수 없는 인적 서비스 산업이다. 사람 간의 감동과 경험이 중심이 되는 산업이기에 고용 창출 효과가 크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본은 지방관광 활성화를 통해 대도시 중심의 관광 수요를 분산시키며 지역 재생에 성공했고, 한국의 순천과 화천도 각각 정원도시, 축제도시로 탈바꿈하며 관광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MICE 분야에서도 2016~2017년 세계 1위를 기록한 바 있으나, 현재는 전략 부재와 민간 침체, 신규 행사 유치 무력화 등으로 경쟁력을 점차 잃고 있다.
◆한국 관광의 재도약을 위한 5대 전략
첫째, 관광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재정의하고, 관광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연간 최소 3조 원 규모의 투자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의 1.3조 원 예산으로는 글로벌 경쟁과 위기 대응이 불가능하다. 중장기 관광산업 마스터플랜 수립이 시급하다.
둘째, 관광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공공투자와 민간참여가 결합된 관광개발 펀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지역관광펀드, ESG 기반 지속가능 관광펀드 등 복합 재원 구조가 필요하다.
셋째, 지역 관광을 통한 지방소멸 대응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자체와 협력하고, 차별화된 콘텐츠, 체류형 숙박, 교통·안내 인프라 개선 등 지속가능한 지역 관광 모델을 확산시켜야 한다.
넷째, 한류, 전통문화, K-콘텐츠를 융합한 고부가가치 관광상품을 개발해 관광의 질적 도약을 이뤄야 한다. 전 세계인이 체험하고 머물고 싶어 하는 몰입형 한국형 관광 콘텐츠를 구축해 ‘관광한류’를 이끌어야 한다.
다섯째, 관광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청년 고용 인센티브, 창업·재직 장려 제도 등을 통해 저임금 구조를 개선하며, 관광산업이 지속 가능한 고용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관광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청년 실업, 지역 소멸, 일자리 미스매치, 저성장 구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산업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감동과 교류의 산업인 관광은 자동화의 시대에 더욱 돋보이는 가치 산업이다.
대한민국이 세계인이 반드시 찾고 싶고, 지갑을 열고 싶으며, 다시 오고 싶은 매력적인 관광대국으로 도약하려면 지금이 바로 결정적 전환점이다.
관광이 강한 나라가 결국 문화도, 외교도, 경제도, 국가 브랜드도 강해진다. 이제는 ‘한류’를 넘어 ‘관광한류’로 나아가야 할 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