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②] 배우에서 출판사 대표까지…박정민이 말하는 일과 사람

박정민은 늘 많은 이름으로 불린다. 배우, 작가, 책방 주인, 출판사 대표. 하지만 그는 자신을 어떤 이름으로도 정의하지 않는다. 재미로 시작했던 책방 운영이 어느새 책임감 있는 일이 되었고, 배우라는 길도 여러 선택과 우연이 모여 자연스럽게 닿은 곳이었다.

그는 말한다. 연기는 남의 이야기를 내 이야기처럼 해야 하는 일이고, 글쓰기는 내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꺼내는 일이라고. 그리고 어느 쪽이든, 진심을 담아야 한다고. 자신의 취향만으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든 책이든, 수많은 이들과 함께 만드는 결과물이기에, 그는 늘 조금씩 자신을 조율하며, 동시에 자신의 색을 지켜나간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으려 한다는 그는, 언젠가 여지없는 행복을 느껴보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배우로서도, 출판인으로서도, 사람으로서도, 그저 눈앞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그 담백한 다짐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샘컴퍼니
출판사 무제 대표이자 배우 박정민 [사진= 샘컴퍼니]


취향이 경쟁력이 되고 있는 시대에 개인의 취향이 연기를 하고 책방과 출판사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어떤 영향을 줬나
- 한 개인이 각자의 취향이 담긴 결과물을 내보이기 아주 좋은 시대가 됐다. 하지만 저는 저의 취향만으로만 결과물을 내는 일을 하고 있지는 않다. 영화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고, 책 또한 출판사와 작가,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터, 서점 등등 여러 사람이 함께 합심하여 만들어가는 결과물이다. 영화에도 책에도 저의 취향을 어느정도 녹일 수는 있겠지만 고집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존경하는 영화계 출판계 선배님들께서도 그 과정 속에서 본인의 확고한 색깔을 만들어 가셨다고 생각한다. 저 또한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늘 최선을 찾아보려고 한다.
 
배우, 출판사 대표, 책방 주인. 이 모든 일에 필요한 건 결국 ‘예민함’이라고 생각해요. 본인의 예민함은 어떤 쪽으로 예민하다고 느끼시나
- 내가 손해보는 것은 상관없으나, 나와 함께한 사람들이 나 때문에 손해를 봐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서 예민해질 때가 있다. 때문에 작품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배우로서 혹은 출판사의 대표로서 늘 예민하게 나 자신을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실수를 저지를 때는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그 과정이 최대한 반복되지 않게 하려고 노력 중에 있다.
 
책방이 계속 유지되지 않더라도, 그 공간을 운영했던 시간은 박정민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나.
여러 경험을 통해서 내가 진짜 변했다, 성장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나

- 좋은 추억이다. 찾아와주신 손님 분들, 함께 운영했던 저의 친구,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버텨준 우리 직원들 덕분에 아주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돌아보면 분명 변하거나 성장한 지점이 있다. 책방이라는 공간에 대해서, 책이라는 매체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알게 되어주었던 것 같아요. 책과 좀 더 가까워진 느낌도 든다.
 
배우로서 박정민, 출판인으로서 박정민, 사람으로서 박정민은 어떤 사람인가. ‘배우 박정민’과 ‘출판인 박정민’이 앞으로 어떻게 공존하길 바라나
-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는 부분이다. 모두가 저다. 배우도 출판인도 모두가 저다. 공존하며 시작했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당장 눈앞에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며 살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알 것도 같다. 배우와 출판인, 그 두 직업이 제 안에 어떻게 공존을 했었는지.
 
박정민이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박정민이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배우로, 작가로, 책방 주인으로 살아온 이 몇 년 중에서 ‘한 시절’을 꼭 남기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 박정민의 꿈이 궁금하다
-저는 과거에 아주 집착하는 인간이라서 이제는 더 이상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돌이켜 보면 마음에 담아둘 정도로 행복했던 시절도 없었던 것 같다. 늘 스트레스와 불안, 고민 속에서 살아왔었나 보다. 그래서 제게 꿈이 하나 있다면, 언젠가는 이 버석한 마음들이 꼭 여지없는 행복을 느껴봤으면 한다. 기자님 말씀대로 마음 속에 두고 싶은 ‘한 시절’을 꼭 만나보는 것이 저의 꿈이라면 꿈이겠다.
 
지금 이 시대에 책을 낸다는 건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시나
-아주아주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이 계속해서 만들어오던 것이 책이다. 거기에 큰 의미가 있을까. 책은 아주아주아주 먼 미래에도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책은 늘 그 자리에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을 하며 세상에 보여주는 수많은 창작자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 자신을 믿으셨으면 좋겠다. 저는 자신을 믿는 창작자만큼 멋진 사람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건 제가 그걸 잘 못해서 드리는 말씀이다(하하).
 
박정민과 사진 김호이 기자
박정민과 [사진= 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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