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①] 책과 영화 사이에서…배우 박정민의 진심

배우 박정민에게는 늘 ‘또 다른 이름’이 붙었다. 배우, 작가, 책방 주인, 출판사 대표. 하지만 그는 어떤 역할에도 스스로를 규정짓지 않는다. 목표나 거창한 포부보다는, 작은 호기심과 재미에서 시작된 일들이 어느새 삶의 일부가 되었을 뿐이다. 영화감독을 꿈꾸던 학창시절, 대학로 극단에서의 스태프 경험, 그리고 단편영화에 출연하던 날들. 그 모든 시간이 자연스레 배우라는 자리로 그를 이끌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글을 쓰고, 남의 이야기를 연기하며, 누군가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다. 글쓰기와 연기의 출발점은 정반대라고 말하면서도, 결국 둘 다 누군가의 마음을 흔드는 일임을 안다. 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배우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그는 오늘도 같은 자리에서 ‘책임감 있는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배우 박정민이 아닌 인간 박정민의 ‘조금 더 가까운 마음’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알게 될 것이다. 그가 연기를 하고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이유가, 어쩌면 특별할 것 없는 우리의 이유와 닮아 있다는 것을.

 
박정민 배우 사진 샘컴퍼니
박정민 배우 [사진= 샘컴퍼니]


배우라는 본업 외에 출판사 대표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그리고 배우는 어쩌다가 하게 됐나
- 이렇다 할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목표나 책임감을 갖고 시작한 일도 아니다. 책방의 끝이 보일 때쯤 불현듯 책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고 그렇게 시작된 일이다. 재미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어느덧 책임감이 생기는 순간도 찾아왔다. 물론 이 책임감이 좋은 방향으로 작용해서 현재로서는 아주 즐거운 상태다.
배우가 된 계기는 너무나도 여러 가지가 산재해 있어서 딱히 뭐 하나를 꼽을 수가 없다. 학창시절부터 영화감독의 꿈을 품고 살면서 영화와 조금 가까운 삶을 살기도 했고, 대학 시절에 대학로의 한 극단에서 스태프로 있었던 시절, 선배나 동기들의 단편 영화에 출연했던 경험 등 그 모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우라는 꿈을 품었던 것 같다.
 
책방도 운영했었는데 책방과 출판사 경험이 배우를 하면서 어떤 도움이 됐는지 궁금하다. 반대로 배우의 경험이 책방과 출판사를 하는데 있어서 어떤 영향을 줬나
- 출판사의 경험이 배우라는 본업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 그 경험이 너무나도 미천하기 때문인데 글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 등에서 조금은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 정도가 있을 뿐이다. 배우의 경험이 출판사를 하는 데 있어서 영향을 주는 것은 딱 한 가지인데 얼굴이 알려진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처음 보는 분들도 저를 크게 의심하지 않고 친절히 대해주신다는 점이다. 신원이 확실하니까 말이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무제 부스를 운영한 박정민 대표 사진 김호이 기자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무제' 부스를 운영한 박정민 대표 [사진= 김호이 기자]


본인의 글쓰기도 꾸준히 해오셨는데, 글을 쓸 때와 연기를 할 때의 감정은 어떻게 다른가
- 제가 쓰는 글은 보통 저의 경험에서 나오는 산문이다. 그래서 제가 글을 쓸 때는 저의 이야기를 하는 반면, 연기를 할 때는 남의 이야기를 내 이야기처럼 해야 한다. 그 점에서 글과 연기의 출발선은 아주 반대편에 있다. 물론 결과물로 달려가면서는 어딘가에서 만나는 지점도 있을 텐데,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배우가 만든 출판사, 혹은 배우가 운영하는 책방. 이 말이 주는 프레임을 어떻게 바라보셨나
-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겸손하게 해나가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책 하나 하나에 진심을 담지 않으면 욕을 먹기 십상이므로 최대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려고도 한다. 배우가 운영하기 때문에 주목을 받는 부분이 당연히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 관심을 ‘이용’하는 느낌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며 운영 중이다.
 
서울국제도서전 부스에 모인 사람들 사진 김호이 기자
서울국제도서전 부스에 모인 사람들 [사진= 김호이 기자]


박정민에게 글을 잘쓰고 연기를 잘한다는 기준이 궁금하다
-기준은 따로 없다. 가슴 속으로 파고드는 글과 영화들을 만날 때가 있는데, 그런 작품들이 좋은 글이고 좋은 영화일거다. 작품에는 창작자 고유의 색깔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그것을 감상하는 제가 자신의 일정한 기준을 정해놓는다는 것은 퇴보하기 딱 좋은 태도일 거다. 최대한 작품을 즐기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놓는 일과 영화 한 편을 세상에 내놓는 일, 감정적으로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 작품에 들어가는 자본의 차이가 큰 것 말고는 차이가 거의 없다. 그 모든 작품에 저의 흔적과 애정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가 참여한 작품들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독립출판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는데, 박정민 대표가 생각하는 ‘의미 있는 독립출판’이란 어떤 건가
- 우선 저희 출판사는 독립 출판사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답변을 올리겠다. 저는 모든 ‘독립 출판’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명의 작가가 본인의 안에 있는 것들을 글로 쏟아내는 그 과정과 그것을 책의 형태로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들이는 시간과 공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기성 출판 시장과 독립 출판 시장의 유기적인 연대를 통해서 좋은 작가들과 이야기를 많이 발굴해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고, 그 작업이 꽤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같아서 고무적이라고도 생각한다.
 
박정민이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박정민이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배우’라는 직업은 타인의 이야기를 연기하고, ‘출판’은 타인의 이야기를 편집하는 일인데 본인의 이야기는 어디서 풀고 있나
- 친구들과 푼다(하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는 보통 일기장이나 친구들과의 대화 혹은 연인간의 속삭임 등으로 푼다. 저도 그 이야기들을 보통 그런 식으로 푼다. 꼭 이야기 해야할 것들이 생긴다면 다시 글을 써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풀지 못한다고 해서 답답함을 느끼지도 않는다.
 
많은 사람이 책을 ‘소비’보단 ‘소장’하려는 시대에, 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어떤 고민을 하나
- ‘소장’ 또한 ‘소비’라고 생각한다. 책을 ‘소장’하고 싶은 분들이 많아지는 것이 트렌드라면 그것을 어느 정도는 인정하고 따라가야 하는 것도 책을 만드는 사람의 본분일 것이다. 그런 트렌드 속에서 저 또한 무제에서 나오는 책이 하나의 아트워크로 비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아직 배워가는 과정이지만, 디자인 면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사진 박정민과
[사진= 박정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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