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민간 외교'의 힘… 한-베 전략협력 뒷받침하는 숨은 동력

  • 교민·다문화가정·문화교류까지… 사람 중심 네트워크가 양국 관계 발전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사진베트남통신사
지난달 23일 베트남 국회를 찾은 대한민국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대표단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과 한국은 이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린 상태다. 이제 양국이 실질적으로 이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주목하는 핵심 축 중 하나가 바로 ‘민간 외교’다. 특히 30만 명이 넘는 재한 베트남 교민과 10만 가구가 넘는 한-베 다문화가정은 더 이상 단순한 소수 집단이 아니라, 양국 간 경제·문화·사회·교육 분야를 폭넓게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재한 베트남 교민 사회는 이제 단순한 노동력 제공 집단을 넘어 교육, 의료, 기술, 심지어 정치 영역까지 점차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지난 6월 14일 주한 베트남대사관에서 열린 교민 대표 간담회에서도 이중국적 유지에 대한 현실적 요구가 나왔다. 베트남 외교부 산하 해외동포위원회 응우옌쭝끼엔 위원장은 “베트남 당국은 해외 동포의 정당한 목소리를 존중하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유학, 결혼 등을 통해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인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다오뚜언흥 재한 베트남교민회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교민들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야 한국과 베트남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로 더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교민 사회가 원하는 현실적 지원책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임금·복지 보장 ▲둘째는 한-베 다문화가정을 위한 이중언어 교육·법률 상담 지원 ▲셋째는 장기 거주와 정착을 위한 행정 절차 간소화다. 

민간 외교의 힘은 교민 사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양국 간 문화·교육 교류는 민간 네트워크를 통해 꾸준히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베트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베사모)’이다. 이 모임은 최근에도 저소득층 주거 지원, 생계 지원, 남중국해 관련 학술행사 등을 통해 양국 민간 교류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도반찌엔 베트남 중앙조국전선위원장은 “베사모와 같은 모임은 문화교류를 넘어 실질적인 나눔과 연대의 상징”이라며 “민간 네트워크야말로 양국 우호의 가장 강력한 연결고리”라고 평가했다.

한국 측에서도 민간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최영삼 주베트남 한국대사는 “수교 이후 민간교류 덕분에 양국 관계는 양적·질적으로 눈에 띄게 발전했다”며 “한류 문화와 한국어 교육이 베트남 내에서 계속 확산되는 데에도 민간 교류의 역할이 컸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은 교육, 보건, 행정, 농업, 환경 등 다양한 영역에서 베트남 지역사회와 협력해 지속가능한 발전과 상생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다문화 가정과 여성·아동 권익 보장도 민간 외교의 중요한 축으로 꼽힌다. 최근 베트남을 방문한 이인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은 “한-베 다문화 가정은 두 나라의 미래를 잇는 상징”이라며 “여성과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이중언어 교육과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베 ‘민간 외교’는 단순한 문화 교류 차원을 넘어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상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로 발전하고 있다. 교민과 다문화가정, 민간단체, 자원봉사조직들이 만들어내는 작은 다리가 모여 양국 간 전략협력을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사람 중심의 민간 외교가 있어야만 양국 관계가 수치로만 환산할 수 없는 신뢰와 공감의 동반자관계로 깊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

이처럼 외교는 이제 더 이상 정부 간 협정이나 정상회담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다. 베트남과 한국이 함께 만든 ‘사람의 연결망’이야말로 양국 관계의 진정한 성장 동력이다. 민간 외교가 이어가는 우정과 상생의 네트워크는 앞으로도 양국 전략동반자관계가 흔들리지 않고 한층 더 공고해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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