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베트남과의 무역 합의를 공식 발표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은 베트남산 상품에 20% 관세를 부과하고, 제3국을 경유한 환적품에는 40%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당초 예고됐던 46%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협상 중 적용 중인 10% 기본 관세의 두 배에 달하는 높은 수치다. 대신 베트남은 미국 기업에 시장을 전면 개방하고, 미국산 제품에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베트남 측의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워싱턴포스트(WP)에 양국이 이처럼 상대적으로 높은 대(對)베트남 관세율에 합의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출 대상국으로서 미국 시장에 대한 베트남의 의존도를 고려하면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카드 대부분을 쥐고 있었다”며 베트남과 협상 결과가 미국과 다른 국가의 협상에 추진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메리 러블리 선임연구원은 AP통신에 이번 타결에 대해 “작은 나라가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EU나 일본 같은 주요 무역 상대국들에 이처럼 한쪽으로 치우친 합의를 강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업계 반응도 부정적이다. 베트남 핸드백·신발 제조업체 협회 관계자는 뉴욕타임스(NYT)에 “관세율이 우리 예상에 비해 여전히 상당히 높다”면서 “다른 관세율을 위한 원산지 규정에 대한 여러 세부 사항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미국 신발 유통·소매협회의 맷 프리스트 대표는 관세로 베트남에서 생산돼 미국에 공급되는 신발의 소비자가격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트럼프)행정부는 이미 신발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미국 가계·기업에 더 많은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환적 규정의 모호성도 논란이다. 윌리엄 레인시 전 미국 무역 담당관(현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연구원)은 WP에 이번 환적 규제의 실제 효과는 “환적의 정의와 집행 방식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환적은 단순 라벨 변경처럼 명백한 사기도 있지만, 베트남 내 실질 생산·가공을 통한 정당한 환적도 있다”며 ““환적 규정은 매우 복잡한 사안”고 설명했다.
NYT는 이번 무역 합의가 기존의 수백~수천 쪽짜리 포괄적 무역협정과 달리, 일부 관세 조치만 우선 합의하고 대부분의 세부 사항은 향후 협상으로 넘겼다고 지적했다. 특히 베트남산 제품에 중국산 부품이 포함된 경우, 향후 중국 부품 비율에 따라 추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미국이 환적 상품에 40% 관세를 부과한 것을 두고 중국의 보복 조치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사제디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가장 큰 의문은 중국이 어떻게 반응할지 여부”라며 “베이징은 자국의 이익을 훼손하는 합의에 맞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해왔고, 베트남을 통한 환적품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이번 결정도 그러한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이 베트남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자 베트남 내 생산에 필요한 핵심 부품·물자 등의 공급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어떤 보복 조치도 베트남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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