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바로미터'로 불리는 구리 가격이 최근 급등하고 있다. 이 여파로 국내 증시에선 구리 관련 종목 주가가 급상승 중이다. 개인투자자들도 구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줍줍(저가 매수)'에 나섰다. 구리 값 급등은 트럼프발 관세 발효 전에 사재기 수요가 유입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3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최근 한 달간 구리 가격은 7.35% 올랐다. 올 들어 누적 상승률만 28.86%에 달했다. 이번 주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가격도 3개월래 최고치인 톤당 1만 달러까지 올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리 재고가 2023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구리는 전통적으로 경기 회복의 선행지표로 통한다. 하지만 최근 가격 급등은 경기 회복 기대보다 미국의 관세 부과 등에 따른 수급 불균형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FT는 "미국이 예고한 대중(對中) 관세를 피하려는 트레이더들이 선제 매수에 나서면서 미국 내 구리 수입이 급증하고 유럽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리 값 급등은 증시에도 반영되고 있다. 구리 관련주인 고려아연(12.62%), LS(14.72%), 풍산(90.63%), 서원(14.11%) 등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국내 ETF 시장에서도 구리 관련 펀드 수요가 커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KODEX 구리선물(H)'은 개인이 14억7700만원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16억1400만원을 순매도했다. 'TIGER 구리실물'도 마찬가지로 개인은 21억6500만원 순매수, 기관은 23억6000만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 기간 ETF 수익률은 'KODEX 구리선물(H)'이 10.15%, 'TIGER 구리실물'이 6.04% 뛰었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최근 구리 가격 상승은 제조업 경기 회복보다는 관세 이슈와 수급 왜곡 영향이 크다"며 "3분기에 예정된 25% 구리 관세 부과 전에 미국으로 수요가 집중되면서 타 지역에 대한 공급이 빠르게 줄었고 이에 따라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올해 상반기에만 구리 90만톤 이상을 수입했는데 이는 지난해 한 해 수입량 수준을 초과한 것"이라며 "이처럼 선제 수요가 집중되면 관세가 현실화됐을 때 수요 공백으로 오히려 가격 조정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연구원은 "뉴욕상품거래소(COMEX) 기준으로는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지만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으로 보면 하반기 관세 부과 이후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단기 조정 가능성이 있으니 가격이 밀릴 때 저가 매수 관점에서 접근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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