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집권 2기 핵심 국정과제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에 서명한 가운데 미국 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에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랐고, '트럼프 2기 실세'로 꼽혔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신당 창당을 전격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서명한 이 법안은 2017년 1기 행정부 때 도입된 감세 조치를 영구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데, 감세 규모가 무려 4조5000억 달러(약 6134조원)에 달한다. 법안에는 불법 이민자 차단용 국경 장벽 건설, 미사일 방어체계 ‘골든돔’ 구축, 부채한도 5조 달러 상향, 신생아 1000달러의 예금 계좌 제공 등도 포함됐다.
대신 재원 마련을 위해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조)와 푸드스탬프(식료품 지원) 등 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청정에너지·전기차 세액공제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들에 대한 세액 공제는 확대하기로 했다.
따라서 해당 법안은 빈곤층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반면 부유층에게만 득이 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의 조세 전문 싱크탱크 택스 폴리시센터는 이 법안에 대해 "부유층을 위해 설계된 것"이라고 지적했고, 저스틴 울퍼스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미국 역사상 빈곤층에서 부유층으로 부를 이전하는 최대 규모의 단일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독립기념일이기도 한 4일에는 뉴욕, 시카고 등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300건 이상 열린 가운데 시위자들은 이민 단속과 부유층 감세, 빈곤층 복지 삭감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시위가 지난달 14일 전국 50개 주에서 열린 ‘노 킹스(No Kings)’ 반트럼프 시위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맞선 또 다른 풀뿌리 저항의 최근 사례라고 짚었다
아울러 해당 법안에 비판적 입장을 취해 왔던 머스크는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그는 5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오늘 ‘아메리카당(미국당)’이 여러분들에게 자유를 돌려주기 위해 창당된다”며 “낭비와 부패로 우리나라를 파산시키는 일에 대해 말하자면 우리는 민주주의가 아닌 ‘일당제’ 속에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신의 정치 전략과 관련해 “상원 의석 2∼3석과 하원 선거구 8∼10곳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매우 근소한 의석수 차이를 고려할 때, 그것은 논쟁적 법안에 결정적 표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며 진정한 국민의 의지를 반영하도록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양당 체제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흡수해 ‘제3당’으로서 결정적 캐스팅보트를 쥐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OBBBA의 경우, 상원에서는 50대 50 동수 속 JD 밴스 부통령의 캐스팅보트로 가까스로 통과됐고 하원 재표결에서는 찬성 218표, 반대 214표로 불과 몇 표 차이로 최종 가결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양당 체제가 고착화된 미국 정계에서 머스크의 계획이 현실화되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미국 선거법 전문가 브렛 카펠은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주의 법은 양대 정당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어 제3당 창당이 극도로 어렵다”며 “무한정 자금이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수년이 걸릴 것이고 수억 달러가 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