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패닉바잉과 행동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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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과 관련된 책을 읽다보면 'Fear sells better than facts'라는 구절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직역하면 '사실보다 공포가 더 잘 팔린다'는 뜻으로, 사람들이 숫자나 데이터보다 감정, 특히 공포에 더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인간의 뇌는 생존 위협과 관련된 신호를 더 빠르고 강하게 처리한다고 한다.

이 간결한 문장은 최근의 부동산 시장 심리도 꿰뚫는다. '호가가 올랐다', '매물이 사라졌다', '신고가 단지가 등장했다'는 소식은 구체적인 수치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불안 심리를 자극한다. 공포가 데이터를 이기는 구조는 투기장의 본질이기도 하다. 우리가 합리적으로 생각한다고 믿는 순간에도 실제로는 군중의 감정 흐름에 휩쓸리고 있을 수 있다.

'영끌'과 '패닉바잉'으로 요약된 2020~2021년 부동산 광풍은 많은 사람들에게 과도한 부채와 깊은 후회를 남겼다. 그러나 최근 강남권 재건축 기대감, 금리 인하 전망, 그리고 새 정부 출범은 다시 한번 '지금 안 사면 손해'라는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이는 사람들이 가격 상승을 놓쳤다는 기회 손실에 대한 공포를 실제 금리나 대출 부담이라는 현실적 리스크보다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 급등 사례와 신축 아파트 매물 품귀 소식은 이러한 심리를 더욱 증폭시킨다. 결국 불안이 불안을 부르고, 그 끝은 '남들 살 때 나도 사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실수요 회복'보다 '낙관적 기대와 불안이 만들어낸 착시 효과'에 가깝다. 새 정부에 대한 근거 없는 확신, 결국에는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그리고 나만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합쳐진 결과물인 셈이다.

이러한 패닉바잉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정부의 흔들림 없이 강력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는 개인이 자신의 재무 여건과 실거주 목적에 기반해 냉정한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불안이 지배하는 시장에서는 이성적 판단 자체가 흔들리기 마련이다.

정부는 6·27 대책을 통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보다 더 강력한 '주택담보대출 6억원 상한선'을 도입했다. 이는 과거 문재인 정부가 30여 차례에 걸쳐 '핀셋 규제'를 시행하던 것과는 다른, 비교적 명확하고 강력한 조치로 평가된다.

하지만 한가지 규제만으로 패닉바잉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다.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급 대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과거의 패닉바잉 현상은 단순히 수요 급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이 핵심이었다. 이번에도 대책 발표 10일 만에 주담대 신청액과 거래량이 절반가량 줄었지만 규제로 억눌린 수요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춘 것일 뿐이다.

결국 시장 참여자들이 예측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 신호를 받아야만 기대 심리와 불안 심리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중장기적인 공급 로드맵이 명확하게 제시되고, 정책 일관성이 유지된다면 단기적인 가격 상승에도 시장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공포는 언제든 다시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사실을 통해 공포를 누르고 시장 참가자가 데이터를 통해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패닉바잉의 고리를 끊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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