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도 '라면'이라는데…K-푸드 세계화, 이름 되찾기부터

  •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한식 메뉴 고유 발음으로 표기

  • 식품업계, 외국식 표현 사용…전문가 "K라면 정체성 강화해야"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국 라면들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국 라면들.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K-콘텐츠가 글로벌 돌풍을 이어가는 가운데, K-푸드의 메뉴 표기법과 발음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흥행 중인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라면·김밥·떡볶이·국밥 등 한식 메뉴의 고유 발음을 그대로 살린 점이 화제를 모은 것이다.

7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공개 17일째인 지난 6일까지도 시청점수 712점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영화 부문 글로벌 순위 2위를 유지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이 즐겨 먹는 라면·김밥·떡볶이·국밥 등 다양한 한식 메뉴는 영어 원어판에서도 한국 고유 명칭으로 발음돼, 국내외 시청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그간 해외 콘텐츠에서 라면은 '라멘(Ramen)', 김밥은 '코리안 스시(Korean Sushi)' 등으로 현지화되거나 일본식 발음이 일반적으로 쓰였던 흐름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 같은 변화는 외국식 표기를 고수하는 식품업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K콘텐츠 확산 흐름에 맞춰 식품업계도 한국 고유 발음을 기반으로 한 정체성 강화와 브랜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실제 7일 기준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 등록된 국내 주요 라면업체의 수출용 제품명을 살펴본 결과, 삼양·오뚜기·팔도 등 대부분 업체들이 여전히 제품명으로 일본식 발음인 '라멘'을 사용하고 있었다. 한국식 발음인 '라면'을 제품명에 반영한 곳은 농심이 유일했다.

전문가들은 식품업계 역시 브랜드 언어를 문화적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례로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를 북미에 수출하며 중국식 표현인 '덤플링(Dumpling)' 대신 '만두(MANDU)'를 전면에 내세워 주목받았다. 비비고 만두의 흥행 이후 'MANDU'는 미국 대형마트 냉동식품 코너에서 하나의 고유 카테고리처럼 자리 잡았고, 이를 따라 표기 방식을 바꾸는 다른 브랜드들도 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이 라멘의 원조국처럼 인식돼 온 탓에 한국 라면도 그 표기를 따라왔지만, 이제는 '라면'이라는 고유 이름으로 리포지셔닝해 K-라면의 정체성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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