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첨단 과학기술과 해양물류, 두 축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놓고 정부 부처 장관 후보자들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각자의 비전과 정책 방향을 밝혔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인공지능(AI) 기본법 개정과 ‘소버린 AI’ 구축, 산업 특화 AI 육성 등 AI 주권과 혁신성장 전략을 강조했고,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해수부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선점, 지역 균형발전 등 해양산업 거점화 구상을 내세우며 산업별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AI기본법 과태료 등 일부 조항 유예·완화해야"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14일 “AI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기존 AI 기본법은 산업 진흥 중심으로 보완·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과도한 규제는 산업의 성장에 장애가 될 수 있으며 과태료 등 일부 조항은 유예하거나 완화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AI 기본법은 국가 차원의 인공지능 포괄법으로 2026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최근 AI 기술 발전 속도가 가파르게 빨라지면서, 현행 법 체계가 산업 현장의 변화와 혁신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배 후보자는 이어 “한국의 자원과 환경을 고려할 때 범용 인공지능(AGI)보다는 산업에 특화된 모델이 더 현실적”이라며, “장기적으로는 AGI와 초지능(ASI) 모두를 정책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소버린 AI' 목표 달성에 대해서는 “정부의 강한 의지와 계획대로 추진한다면 소버린 AI 구축은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데이터 인프라와 서비스 역량을 기반으로 2~3년 안에 실질적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국내 기술 수준은 충분히 올라와 있으나, 서비스 확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근무시간 단축 논쟁과 관련해 배 후보자는 “AI 기술은 이미 생산성 향상을 입증하고 있다. 적은 인원으로도 고성능 모델을 만들 수 있을 만큼 퍼포먼스가 나온다”며 “기업이 기술을 실제 사업에 도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동의 개념 자체가 변하는 시기인 만큼, AI 산업은 유연한 제도 아래서 더 큰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 후보자 "부산 이전, 세종에 있는 것보다 효과 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해수부 부산 이전, 장관으로서의 전문성 등을 둘러싸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전 후보자는 1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수부 부산 이전과 관련해 "좁게는 부산을 위한 공약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서울·수도권 중심의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동남권에 지속가능한 성장 엔진을 하나 더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해수부와 국적 해운선사 HMM 본사의 부산 이전을 공약했고 취임 직후 해수부에 연말까지 본부 이전을 지시했다. 이에 해수부는 이전 추진기획단을 발족하고 부산 동구에 임시청사를 낙점하는 등 연내 이전 완료를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 후보자는 해수부가 세종에 있을 때보다 부산으로 이전할 때 북극항로 시대를 선도할 수 있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수부가 부산으로 이전한다고 세종 행정 도시를 완성하는 데 역행하거나 국가 균형 발전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해수부가 세종에 있을 때 그 효과를 100이라고 한다면 부산으로 이전해 해수부를 거점으로 북극항로 시대를 선도할 경우 1만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다. (부산에) 외청을 두는 것보다 효과가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얼음이 녹으면서 새로운 바닷길, 새로운 뱃길이 열리고 있다"며 "북극항로를 둘러싸고 세계 각국이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은 늦었다"고 짚었다.
한편 내년 부산시장 선거 출마설에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이 "해수부 부산 이전을 업적 삼아 2026년 부산시장 선거 후보 출마를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질의하자 전 후보자는 "장관이 된다면 북극항로 시대 준비 등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지금은 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부산시장 선거) 불출마 선언이라고 봐도 되는 것이냐"라는 강 의원 질의에 대해선 "세상일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지 않으냐"라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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