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21조원을 넘긴 가운데 신용비율이 높은 종목으로 수요가 몰렸다. 주가가 급등하자 상승세에 올라타기 위해 대출을 일으킨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에도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1조267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3월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신용융자 잔고도 빠르게 늘었다. 불과 1개월 만에 2조5400억원이 불었다.
투자자들은 주로 테마주로 몰려갔다. 신용잔고비율이 10.44%로 상위 1위인 우진엔텍은 원전 해체 테마주로 주목 받았다. 우진엔텍은 원자력 및 화력발전소 계측제어설비 정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달 말 원전 해체 테마로 주가가 연일 급등하면서 연초보다 2배 이상 뛰자 빚을 낸 투자자들의 자금이 쏠린 것으로 보인다.
우진엔텍 신용매수가 늘면서 한국증권금융이 5% 이상 지분 보유 공시를 내기도 했다. 한국증권금융이 담보로 잡은 주식 비중이 우진엔텍 발행주식 수의 5%를 넘겼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고객에게 돈을 빌려줄 때 자기자금을 활용거나 한국증권금융에서 담보 대출을 받아 제공한다.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대출을 받아 주식을 매수하더라도 담보권을 보유한 한국증권금융이 주주 명부에 등재된다. 그만큼 빚투가 증가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남북경협주로 분류되는 일신석재도 신용비율이 9.35%로 높다. 일신석재는 석산 개발, 광산개발 및 건축 석재 가공 및 판매 등의 사업을 영위 중이다. 금강산 관광을 맡는 여행사 지분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남북경협주가 됐다. 통일부가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요청하고 군당국이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면서 주가가 뛰자 빚투도 늘었다.
신용비율은 특정 종목의 유통주식수에서 빚을 내 산 주식의 비율을 뜻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주가가 하락할 때 반대매매 위험이 커진다. 반대매매란 담보로 제공된 주식을 증권사가 임의로 처분하는 것이다. 주식을 담보로 빌린 만큼 주가가 떨어지면 담보비율을 낮아지고, 이를 맞추지 못하면 증권사는 주식을 강제로 처분해 대출을 회수한다.
우진엔텍의 주가는 52주 신고가(4만4300원)에서 현재 2만6000원대까지 밀린 상황이다. 청산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지만 이 회사의 임원들은 비교적 높은 값에 보유 주식을 처분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테마주는 공급 계약 체결 등 호재성 공시나 실적 개선 발표가 없었음에도 정책, 신기술 등 특정 테마로 묶여 주가가 급등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주가 급락이 나타난다. 이 경우 반대매매를 당하게 되고 또 다시 주가 하락을 불러와 악순환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순 테마만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고 차익실현 과정에서 주가가 급락하면 대응하기도 어렵다"며 "신용거래 급증한 종목은 급락 가능성도 커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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