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SK E&S와 합병으로 아태 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이 된 SK이노베이션이 조 단위 여윳돈을 확보하고 배터리 계열사 정상화에 나선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주도로 올 하반기 계열사 합병과 유휴 자산 매각 등에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전날 메리츠증권을 LNG 자산 유동화 거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번 자산 유동화는 광양·여주·하남·위례 발전소 등 SKI E&S가 보유한 민간 LNG 발전소 4곳을 기반으로 5조원대 현금을 조달하는 게 핵심이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은 5000억원 규모 보령 LNG터미널 매각도 추진 중이다. 거래가 성사되면 5조5000억원 규모 유동성을 확보하게 된다.
재계 관심사는 장 총괄사장이 이렇게 확보한 자금을 어디에 재투자할지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배터리 계열사인 SK온의 2026년 기업공개(IPO) 계획을 철회하고 재무적 투자자(FI) 지분을 되사는 것이다.
SK온은 지난 2021년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물적 분할한 후 설비 투자자금 확보 등을 위해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진행했다. 이때 5년 뒤 상장을 조건으로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3조원대 자금을 유치했다. 수익률 보장 등을 고려하면 3조원 중후반대 비용을 되돌려줘야 한다.
배터리 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이 SK온의 FI 지분을 재매입해 100% 자회사로 만든 후 SK엔무브와 합병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SK엔무브 지분 30%를 약 8500억원에 매입해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윤활유 판매 등으로 매년 9000억원대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내는 SK엔무브와 사이클 산업이라 업턴(호황)과 다운턴(불황)을 반복하는 SK온을 결합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만들려는 구상이다.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액침냉각 솔루션 시장 개척 등 양사 사업적 시너지 효과도 크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ESS 수요 증가로 2030년 이전에 배터리 업계 업턴이 오면 SK온·SK엔무브의 기업공개를 재추진하고, 이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유동화한 LNG 자산을 재매입할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 리밸런싱(자산 재조정)은 결국 SK온 경영 개선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며 "SK온이 국내외 배터리 경쟁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술·시장 경쟁력을 회복하는 게 리밸런싱 작업 종착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