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수열전①] '자수성가' 미래에셋 vs '재벌 2세' 한국투자…'한국판 골드만삭스'는 누가 먼저?

  • 동원증권서 한솥밥 먹던 업계 투톱

  • 총자산은 미래에셋·수익성은 한투

  • 박현주 회장, 미래에셋 '창업신화'

  • 김남구 회장, '한국투자' 기틀 다져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한국 증권업계 양강은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다. 두 회사는 라이벌이다. 몸집(자산), 벌이(수익성), 명성(인지도) 등 여러 측면에서 수위를 다툰다. 라이벌 구도에 관전 흥미를 더하는 건 두 회사 수장의 인연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둘은 한때 동원증권에 함께 몸담았다. 이후 박 회장이 맨땅에서 미래에셋금융그룹을 창업한 입지전(立志傳)의 서사를 완성했다면, 김 회장은 아버지(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그늘을 벗어나 신사업을 개척한 '승어부(勝於父)'의 스토리를 썼다. 이런 인연이 있기에 미래와 한투 사이엔 늘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두 라이벌은 올해 하반기 있을 국내 최초 초대형 투자은행(IB) 선정을 두고 다시금 맞붙었다. 박현주와 김남구, 둘 중 누가 '한국판 골드만삭스'로 향하는 길에 먼저 들어설까.

◇흙수저 vs 재벌2세

박현주 회장과 김남구 회장은 증권업계의 대표적 '빅샷'이다. 둘은 호남 출신이다. 나이는 박현주 회장이 1958년생으로 김남구 회장(1963년생)보다 다섯 살 위다. 둘 사이의 공통점은 두 가지가 있다. 둘 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동원증권에 몸담았던 이력도 같다. 동시대 증권업계에 몸담고 있지만, 둘 사이엔 큰 차이가 존재했다. 

박 회장은 자타공인 증권업계의 대표 '흙수저'다. 그는 동양·한신증권에서 동원증권으로 이직한 뒤 32세에 '최연소 지점장'을 달았다. 39세에 미래에셋투자자문 창업을 시작으로 자수성가의 꿈을 이뤘다. 이후 10년간은 박현주의 시대였다. 국내 최초 자산운용사, 국내 최초 뮤추얼펀드, 국내 최초 사모투자펀드 등 수없이 많은 '최초' 기록을 써 내려갔다. 


반면 김남구 회장은 재벌 2세다. 김재철 동원 회장의 장남이다. 하지만 그 역시 순탄한 길만 걸은 건 아니다. 원양어업을 하던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그는 동원증권을 시작으로 금융사업을 일궈냈다. 2005년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한국투자금융지주의 기틀을 다졌다.

박현주 대 김남구, 미래에셋 대 한국투자의 경쟁구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2015년 대우증권 인수전 때부터다. 당시 박 회장의 미래에셋은 대우증권을 인수하며 초대형 IB 체제로 가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김 회장의 한국투자에는 뼈아픈 패배였다.

◇ '몸집'은 미래 vs '벌이'는 한투

두 회사의 경쟁구도는 이후 10년간 지속돼왔다. 두 회사간 자존심 경쟁은 은근하고, 치열하다. 서로가 서로를 이기려는 싸움 속에서 두 회사의 경영전략도 엇갈린다. 미래에셋은 외형 성장 중심, 한국투자는 수익성 중심 경영을 하고 있다. 이런 차이는 경영지표로 그대로 나타난다.

몸집은 미래에셋이 더 크다.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의 자기자본은 12조2000억원, 총자산은 137조2000억원으로 한국투자(자기자본 9조3000억원, 총자산 90조7200어원)를 크게 앞선다. 영업수익도 22조3000억원, 시가총액은 14조원으로 업계 1위다.

반면 수익성은 한국투자가 낫다. 한투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2837억원, 순이익 1조1143억원을 기록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2.03%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실적도 비슷한 흐름이다. 한국투자는 1분기 영업이익 5188억원, 순이익 4482억원을 기록한 반면 미래에셋은 각각 3462억원, 2582억원이었다.

또한 IPO 시장 대응 방식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은 2025년 상반기 인수 실적 3616억원으로 업계 1위를 기록했다. 고위험 대형 딜 참여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중형 기업 위주의 안정적 딜을 다수 확보하며 실적 변동성을 줄였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는 주로 채권과 발행어음 운용 수익 증가, 자산관리 부문 확대, 자회사 배당 수익 등으로 실적 개선을 이뤘다"며 "이에 비해 미래에셋은 미국법인은 세전이익 945억원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사업확장 실적이 좋다"고 평가했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는 누가 먼저?

두 라이벌은 올 하반기 또 한번 맞붙는다. '한국판 골드만삭스' 육성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IMA) '1호 타이틀' 획득경쟁이다. IMA는 증권사가 고객 자산을 직접 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자기자본의 최대 300%(발행어음 포함)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보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연내 IMA 인가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현재 증권업계에서 기본 요건인 자기자본 8조원을 넘긴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2곳뿐으로, 최근 두 회사는 사업 신청서를 낸 상태다.

증권가에선 이번 인가 획득경쟁이 '국내 첫 IMA 사업자'라는 트로피 외에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되겠다는 박현주, 김남구 두 경영자의 자존심 대결이 될 것으로 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박현주 회장과 김남구 회장의 경쟁은 단순한 경영 실적 비교를 넘어, 향후 한국 자본시장의 방향을 가늠하는 사례"라며 "두 회사를 중심으로 한 경쟁 구도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IMA 제도 도입과 글로벌 전략 강화 등 후속 변수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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