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임대차 시장] "규제만으론 한계…공급 없인 세입자 고통만 커진다"

  • 월세 전환 가속…"공공·민간 병행 공급 확대·세제 유인이 해법"

서울 시내 아파트 및 빌라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및 빌라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6·27 부동산 대출 규제 이후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본격화하고 있다. 전세 대출 제한으로 전세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보증부 월세로 내몰리고 있고 이에 따라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시장의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이 병행하는 공급 확대와 세제 혜택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23일 "자기 돈으로만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대출 규제는 가장 강한 수요 억제 정책"이라며 "이번 규제가 전세 세입자에게도 영향을 주면서 보증부 월세 수요를 발생시키고 월세 상승에 따른 주거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 역시 “월세가 늘어나면서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 내 집 마련의 기간이 그만큼 멀어지는 중"이라며 "전세가 내 집 마련의 사다리가 돼 왔는데 그 역할이 갈수록 줄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셋값이 대출 규제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올랐는데 규제가 더욱 부추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전셋값이 오르는 것은 (규제 이전의) 매매 가격 급등의 후폭풍"이라며 "현재 6·27 대책 영향은 전세가 상승 요인의 10~20% 정도로 보이나 규제가 나온 뒤 전세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봤다. 이러한 임대차 시장의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공급을 늘리고 세제 완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 교수는 "올해 하반기부터 매매가와 전세가가 모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에는 입주 물량이 올해의 절반 수준이 될 수 있어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전세 가격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 주택 정책이 공공 주도형인데 이렇게 가면 주택 공급이 늘어나지 않게 된다"며 "민간 주도형이나 민관 합동 방식으로 주택 공급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용적률을 높이지 않거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유지하면 공급은 생각보다 증가하지 않는다"며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해 주고 3기 신도시 조기 분양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갑 위원은 "전세의 월세화를 해소할 방법은 공급을 늘리는 방법 외에는 마땅한 처방이 없다"며 "지금 대책은 기존 아파트보다 신규 분양 아파트, 비아파트 전세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어 집값을 잡기 위해 규제만을 강화하고 세입자 부담을 키우는 것이 타당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인에 대한 세제 혜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소득세 세액공제 확대나 양도세 비과세 혜택 대상에 해당하는 '기준시가 6억원 이하' 장기임대주택과 관련해 기준시가 기준을 높여 대상을 늘리는 식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으로 임차인들이 가격 변동에서 4년 동안 보호 받을 수 있지만 이후가 문제"라면서 "입법을 통해 4년에서 기간을 더 늘리는 것은 민간에 너무 지나친 공공 역할을 강요하고, 재산권 침해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임대인들이 자발적으로 임차 보증금을 제한적으로 올리거나 유지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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