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 주변에 돈이 넘쳐 난다. 코로나19 때에 버금갈 정도로 코스피 등 증시가 상승랠리를 타면서 안전자산에 묶어 놨던 돈을 증시로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빚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자금 규모는 3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예금, 부동산으로 향하던 돈도 증시로 대거 유입되는 흐름이다. 과열 신호를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있지만 시장에선 상승 기대감이 여전히 우세한 분위기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1조7554억원에 달했다. 2022년 5월 중순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시장별로 보면 유가증권시장 13조3721억원, 코스닥시장 8조3758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선 이후에도 상승 기대감이 지속되면서 레버리지(차입) 투자 규모도 함께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신용거래융자는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구조로, 시장의 레버리지 투자 지표로 여겨진다. 특히 강세장에서는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신용융자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급증하면 과열 또는 반대매매 리스크가 동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근 신용융자 증가세가 단기 과열보다는 ‘상승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데 무게를 둔다. 정책 수혜 기대감과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 반도체 업종 실적 개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장에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분석이다.
‘빚투’ 우려도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분석한다. 증시로 유입된 예탁금 규모 대비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다. 앞서 신용거래융자가 정점을 찍었던 2021년 말과 비교해보면 당시에는 예탁금이 60조원 내외였고 신용융자 잔액은 23조원대였다. 실제로 현재 예탁금 대비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3.3% 수준이며 과열 단계로 보는 35%에 미치지 않았다.
레버리지 투자 과열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인 반대매매 비중도 아직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8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은 9261억원이며 실제 반대매매는 39억원으로 전체 미수금 대비 0.4% 수준이다. 반대매매 비중이 1%를 넘기면 경고 신호로 해석되며 현재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방산, 원전 등 기존 주도주에 더해 정책 관련 섹터까지 힘을 받으면서 증시 전반이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며 “신용거래 증가도 시장 내 낙관적인 심리를 반영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에도 단기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신용융자잔액이 일정 수준까지 더 늘어날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신용거래 규모가 증가할수록 변동성 확대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일수록 반대매매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하기 때문에 시장 방향성에 대한 판단과 함께 자금 운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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