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완의 India Insight] 中으로 몸튼 인도…우리에게 남긴 전력적 빈칸

  • 트럼프와는 거리두고 …시진핑엔 미소…

김찬완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김찬완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인도
최근 인도와 중국 간의 관계 정상화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인도 측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뚜렷하게 보인다. 인도와 중국 관계는 코로나 19와 2020년 6월 히말라야 서부 갈완계곡에서 양국군 간 유혈사태가 벌어진 이후 악화하였다. 특히, 모디 총리가 미국 주도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담에 참여하면서 인도의 대중국 견제 정책은 지속되었다. 하지만 인도와 중국 간 수교 75주년을 맞아 인도의 이러한 대중국견제 정책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인도와 파키스탄 교전과 중국의 대인도 비료 수출 통제 이후, 인도의 주요 외교 국방담당자들이 상하이협력기구(SCO) 참석차 중국을 방문하여 베이징과의 관계 정상화에 힘을 쏟고 있다. 6월 23일 아지트 도발(Ajit Doval) 인도 국가안보보좌관 겸 중-인도 국경문제 특별대표가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외교부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아지트 보좌관은 인도와 중국의 전략적 목표는 일치하며, 양국 모두 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언급했다. 인도와 중국은 양국 간 인적 교류를 포함하여 외교 관계의 전반적인 발전을 촉진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6월 26일에는 라즈나트 싱(Rajnath Singh) 인도 국방장관이 둥쥔(董軍) 중국 국방장관과 양자 회담을 했다.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라즈나트 장관은 양국 간 국경 관리와 국경 확정 문제에 대한 기존 메커니즘을 활성화하여 영구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최상의 상호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선린 관계를 조성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2020년 국경 분쟁 이후 발생한 신뢰 부족 해소 조처를 하자고 촉구했다. 인도 외교부장관 자이샨카르(Jaishankar)도 7월 중국을 방문하여 한정(韓正) 중국 국가 부주석을 만나 양국 간의 관계 정상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0년 히말라야 국경에서 중국과의 군사 충돌 이후, 인도는 중국 본토 행 직항편을 중단하고, 중국 앱을 금지했으며, 중국의 인도 투자를 제한했다. 이런 인도가 최근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데는 크게 세 가지 배경이 있다.
 
미국에 서운한 인도,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 모색
첫째, 미국과의 관계 약화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 세계 각국에 공격적인 관세를 부과하면서 인도도 미국과의 협상을 진행 중이다. 트럼프는 인도를 관세왕국(tariff king)으로 비판하며 인도에 26%의 관세를 부과하며 모든 미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철폐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문제는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인도 입장에서 미국 시장은 거의 대체 불가한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미국은 인도의 최대 수출시장이고 인도가 흑자를 내는 몇몇 안되는 나라 중 가장 많은 흑자를 내는 시장이다. 2024년 기준 377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흑자를 기록했다. 이렇게 중요한 시장인 미국이 인도를 비난하면서 압박하자 그동안 미국과 함께 중국을 견제해왔던 인도의 심정이 복잡해졌다. 더 나아가 지난 5월 파키스탄과의 분쟁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중재해서 인도와 파키스탄이 휴전을 성사시켰다고 주장하자 인도는 이에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인도는 트럼프의 중재로 휴전한 것이 아니라고 명백히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5월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국지전을 이끈 후, 4성 장군에서 5성 장군 원수로 진급하는 등 파키스탄에서 영웅 대접을 받은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 무니르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6월 18일 백악관으로 초청하여 공개적으로 회담하자 인도는 매우 불쾌해했다. 여기에 미국은 파키스탄 공군참모총장 자히르를 미국으로 초청했고, 미 중부사령부(CENTCOM) 마이클 쿠릴라 사령관은 파키스탄을 미국의 "경이로운 파트너"로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과거 그 어느 정권보다도 미국와의 관계를 강화해나가면서 중국을 견제해 왔던 인도의 모디 정부는 미국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로 달래고 있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인도는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사실 중국 또한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 무니르 원수의 백악관 방문을 좋게 보지 않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강하게 대립하는 중국 입장에서 자신들이 지원해 준 중국산 무기체계로 이번 인도와의 국지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상황에서 파키스탄이 트럼프 대통령을 "진정한 평화 중재자"로 치켜세우며 미국과의 관계 강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도는 이러한 중국의 불편한 심기를 파고들고 있다.
 
중국제 무기로 무장한 파키스탄의 도전 차단해야 하는 숙제 안고 있는 인도
둘째, 인도는 앞으로 또 다른 파키스탄과의 분쟁 갈등에서 중국제 무기로 무장한 파키스탄의 도전을 효과적으로 제압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2025년 5월 인도-파키스탄 공중전으로 J-10C 전투기, PL-15 공대공 미사일, 조기경보 통제기 등 중국산 복합공중 편대에 대한 신뢰도가 급상승하면서 파키스탄의 대중국 무기 의존도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인도 육군참모차장 라훌 R. 싱 중장도 지난 5월 인-파 분쟁 때, 중국이 파키스탄에 실시간 정보와 무기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인도는 파키스탄이 중국제 첨단 무기로 무장하는 것을 최대한 차단해야 하고, 이를 위해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가 필요하다. 지난 5월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분쟁 때,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를 포함해 인도 전투기 5대가 파키스탄에 의해 격추되었다는 소식이 있었다. 인도는 아직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외신에 관련 전투기 잔해 사진이 올라온 것을 보면 최소 일부 전투기가 격추된 것은 사실로 보인다. 현재 인도가 보유한 가장 최신의 전투기가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이다. 이런 최신에 전투기가 중국산 전투기에 격추되었다는 것은 인도의 안보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의 수출 통제에 놀란 인도, 베이징으로 달려가
셋째, 인도가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노력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인도 경제발전을 위해 중국 제품 없이는 안되기 때문이다. 특히 희토류 광물과 자석, 비료 등 인도가 필요한 제품을 중국이 수출 통제했기 때문이다. 인도는 중국으로부터 전기자동차 핵심 부품과 비료를 수입해야 하는 입장이다. 지난 5-6월 중국은 인도 몬순 파종 시기를 앞두고 인도로 가는 비료수출을 통제했다. 중국은 지난 5월 인도가 파키스탄과 국지전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대인도 비료수출을 통제하면서 뉴델리에 노골적인 경고를 날린 것이다. 희토류 광물이나 자석도 중요하지만, 비료는 인도의 수많은 농민의 생계와 달린 문제로 공급망을 무기화하는 중국의 정책은 인도 집권층을 화들짝 놀라게 했다. 이에 인도는 적극적으로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노력하고 있다.
 
자국의 머리 위에 세계 최대 댐 착공해도 조용한 인도
7월 19일 토요일 중국은 인도 북동부 지역 최대 강인 브라마푸트라강 상류에 세계 최대 댐 건설을 시작했다. 중국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중국은 티베트 서부 히말라야산맥 빙하를 수원으로 하는 얄룽창포강 하류에 세계 최대 수력댐 건설을 착공했다. 이 댐 건설은 만리장성 이래 중국 최대 토목공사로 저수 용량만 390억 톤으로 연간 3000억kWh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현 세계 최대 댐인 싼샤 댐의 882억 kWh의 3배가 넘는 용량으로 3억 인구가 사용 가능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리창 중국 총리가 "세기의 프로젝트"라고 칭하는 이 댐 공사 비용은 최소 1700억 달러로 추산된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인도 국경에서 불과 50㎞ 떨어진 곳에 중국이 이렇게 최대형 댐을 건설하지만, 모디 정부는 아직 중국의 댐 건설에 대한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중국은 인도 브라마푸트라강 상류(중국 얄룽창포강 하류)에 댐 건설을 추진해왔지만,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반대로 지연되었다. 브라마푸트라강 상류 초대형 댐이 건설되면 수량의 변동성이 커져 강의 흐름이 바뀌고 이에 따른 생태계 파괴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이미 메콩강에서 발생했다. 중국이 메콩강 상류에 대형 댐을 건설하자 하류 지역 태국, 라오스, 베트남에 최악의 가뭄 사태가 발생했다. 하류 지역에 있는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초대형 댐 건설로 인한 환경 문제와 수자원 무기화 가능성을 우려했었다. 이 때문에 올 초 미국 바이든 행정부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제이크 설리번도 인도 측과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까지만 해도 인도의 국방부나 외무부도 중국의 초대형 댐 건설의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1월 인도 외무부 대변인을 통해 중국에 대형 댐 건설의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인도 외무부 대변인은 중국이 "하류 국가들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또한 "투명성과 하류 국가들과의 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도 측 최상류 지역의 아루나찰프라데시주 총리 페마 칸두(Pema Khandu)도 댐이 완공되면 시앙 강과 브라마푸트라강이 "상당히 말라버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또한 이 댐이 "우리 부족과 생계에 실존적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며 "중국이 이 댐을 일종의 '물폭탄'으로 사용할 수도 있어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호주의 싱크탱크인 로위 연구소(Lowy Institute)도 우려를 표명했다. 2020년 이 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는 "티베트 고원에 있는 이 강들에 대한 통제권은 사실상 중국이 인도 경제에 대한 독점권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향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위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가 중국의 댐 건설 착공에 아무런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은 최근 모디 정부의 대중국 유화 정책이 일조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인도의 대중국 강화조치로 인-태지역에서 새로운 안보협의체 ‘스쿼드(S-QUAD)’부상 가능성
이렇게 인도가 최근 중국 견제보다는 오히려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이때,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소위 '동맹 현대화'라는 명목하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주문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스쿼드(S-QUAD)’가 새롭게 소다자 안보 협의체로 부상할 움직임이 보인다. 스쿼드는 기존의 쿼트 4개국 협의체에서 인도 대신 필리핀이 들어간 미국-일본-호주-필리핀 간의 협의체다. ‘S’는 Securty(안보)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아직 이들 4개국은 공식적으로 안보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지 않지만, 인도와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인도가 러시아와는 물론 중국과도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면 미국은 인태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새로운 안보 협의체로 스쿼드를 발전시켜나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인태지역에서 기존의 한·미·일 안보협력체 이상의 스쿼드와 같은 소다자주의 안보협력체에 동참하라는 요구를 받을 수 있다. 인도-중국-미국 간의 역학관계 변화가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보인다. 인도가 미·중 관계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나가면서 한국은 인태지역에서 새로운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
 
 
 

김찬완 필진 주요 이력

▷인도 델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인도연구소 소장 ▷인도연구소 HK+ 사업단장 ▷<남아시아연구> 편집위원장 ▷Editor-in-Chief, Journal of India and Asian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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