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1일(현지시간)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직 협정을 체결하지 못한 주요 교역국들을 상대로 재차 압박을 가하고 나섰다. 우리 정부는 협상을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정상회담이 열린 스코틀랜드까지 찾아가는 등 총력전에 나섰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스코틀랜드 턴베리에 있는 자신의 골프 리조트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아직 미국과 무역합의에 이르지 못한 국가들에 대해 “(관세율은) 15∼20% 사이 어딘가일 것”이라며 “두 숫자 사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국가는 주요 교역 상대국을 제외한 “약 200개국”이라며 “(15∼20%의 관세는) 그 나라들이 미국에서 물건을 팔 때 치러야 할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협상을 타결했거나 진행 중인 주요 국가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에 대한 관세는 “서한이 나가면, 그게 바로 거래”라면서 “우리는 많은 나라들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에 거의 200통의 서한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미국은 영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EU 등과 무역 협정을 체결한 가운데 남은 주요 교역국으로는 한국, 대만, 인도, 멕시코, 캐나다 등이 있다.
이 와중에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을 위해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6일 또는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체류 중인 영국 스코틀랜드를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및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트닉 장관은 28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 당국자들이 스코틀랜드까지 직접 자신을 찾아왔다며 “이것은 한국이 협상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지난 24~25일 러트닉 장관을 만나 2차례 회동을 가진 바 있으며, 이후 러트닉 장관의 스코틀랜드행을 확인하고 막판 협상을 위해 급히 현지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러트닉 장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운전석에 앉아 있다. 그는 모든 카드를 손에 쥐고 있으며, 그가 말했듯이 관세율을 결정하고 국가들이 시장을 얼마나 개방할지를 결정할 것”이라며 “이는 이번 주에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8월 1일 전에 모든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있나’라는 질문엔 “그렇다. 모두 준비가 돼 있다. 내 역할은 대통령을 위해 테이블을 준비하는 것이고, 그가 무엇을 할지 결정한다”며 “우리에게 완전히 시장을 개방한 국가들이 있고, 일부는 조금 덜 제안했다. 대통령은 ‘이게 내가 원하는 방식’이라고 말하며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미국과의 협상은 한국에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대미 무역 규모가 한국보다 큰 일본과 EU는 앞서 미국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자국 시장을 개방하는 조건으로 협상을 조기에 타결했다. 이에 따라 일본과 EU는 기존 관세율(일본 25%·EU 30%)에서 15%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으며, 특히 자동차와 반도체 등 민감 품목에 대해서도 일괄적으로 15% 관세를 적용받게 됐다.
미국은 한국 측에 대해 총 4000억 달러(약 550조원) 규모의 투자 확대, 에너지 수입 증대, 디지털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은 1000억 달러 투자안과 농산물 수입 규제 완화를 제시했지만, 미국 측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한국은 미국과의 조선산업 협력을 핵심 협상 카드로 활용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미국과 관세 협상을 위해 장관을 총동원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하루 전인 오는 31일 각각 베선트 재무장관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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