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 극적 타결, 재계 '드림팀' 결실…조선업 대미 투자 탄력

  • 반도체·자동차·조선 민간 협상

  • MASGA 선봉 한화 어깨 무거워

  • 조선소 추가 인수 가능성 커져

사진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DB]

한·미 관세 협상이 30일(현지시간) 극적으로 타결된 배경에는 국내 경제계의 진심 어린 지원이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한국 반도체·자동차·조선 산업을 대표하는 재계 간판 기업들이 정부 대미 협상단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고 양보를 끌어냈다. 세 산업 분야에서 한·미 협력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재계와 외교가 등에 따르면 주요 기업 총수들은 협상 타결 전부터 미국 워싱턴DC에 집결해 미 정부 고위급 인사와 접촉하며 대미 협상단을 지원했다. 김 부회장이 28일 워싱턴DC행 비행기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이 회장과 정 회장도 잇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민간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삼성·현대차·한화는 그동안 북미 시장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해 대미 투자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이어 테일러에도 170억 달러(약 23조6000억원) 이상 투자를 단행하며 파운드리(위탁생산) 2나노 선단공정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최근 빅테크인 테슬라와 23조원 규모 자율주행칩 양산계약을 맺는 성과를 냈다. 재계에선 이 회장이 테일러팹에 대한 추가 투자를 협상 카드로 제시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빅테크의 2나노 인공지능(AI)칩 수요 폭증에 대응하면서 대만 TSMC와 점유율 격차를 좁힐 기회를 잡았다.

현대차는 지난 3월 210억 달러(약 29조1000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응을 끌어낸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그룹이 조지아주에서 자동차 생산을 대폭 늘리고 미국 첨단 기술 기업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며 "현대차그룹과 같은 훌륭한 기업과 함께하게 돼 큰 영광"이라고 치켜세웠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조기 완공을 앞두고 25% 고관세에 따른 한국 자동차 업계의 어려움을 미 정부 고위급 인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억 달러(약 1390억원)를 투자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한·미 조선 협력 강화에 물꼬를 텄다. 김 부회장은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증가를 위한 조선소 투자 확대와 양국 조선기술 협력 강화 등을 협상 카드로 내밀었을 공산이 크다.

특히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 달러(약 486조원) 중 1500억 달러가 '한·미 조선협력 패키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에 배정된 만큼 한화그룹 어깨가 한층 무거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금융 지원 패키지와 별개로 한화그룹이 조속히 미국 내 조선소 추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한화그룹 북미총괄법인인 한화디펜스USA의 마이클 스미스 법인장은 "(한화의 인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미국 동부에 이어 서부 소재 조선소 인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재명 정부의 MASGA 프로젝트 액션 플랜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정부가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공적 금융기관을 통해 한화·HD현대·삼성중공업 등 민간기업에 지원을 하면 이들이 미국 내 투자와 사업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MASGA 프로젝트에 대해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립, 조선 인력 양성, 조선 공급망 재구축, MRO(유지·보수) 등을 포함한다"며 "한국 기업 수요에 기반해 사실상 우리 사업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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