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분단체제는 '족쇄'…변혁 없다면 민주주의 반전"

  • "윤석열 내란, 분단체제 역효과 제대로 드러날 뻔"

  • "분단체제, 평화로운 공존·점진적인 재통합으로 바꿔야"

  • "내란법 응징시 적폐청산 저절로 될 것"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 7월 29일 서울 마포구 창비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창비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 7월 29일 서울 마포구 창비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창비]

“중도가 분단체제의 존재를 의식하고, 분단체제를 바꿔나가려는 변혁이 함께 가지 않으면 성과에도 한계가 있고, 언제든지 반전될 수 있어요.”
 
진보 진영 원로 백낙청(87) 서울대 명예교수는 29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사옥에서 열린 신간 <변혁적 중도의 때가 왔다>(창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처럼 말하며 분단체제를 극복할 때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 등을 거론하며 “윤석열 씨가 조금 더 유능했더라면, 북이 많은 사람이 말하듯 언제라도 남침을 못 해서 안달 난 과격한 세력이었다면 분단체제 역효과가 제대로 드러날 뻔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고자 평양 무인기 투입 작전 등으로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백 교수는 “변혁적 중도란 말은 대중성이 떨어져 현실정치의 구호가 되긴 어렵지만, 다른 용어로 쉽게 대체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의 분단 상태가 오래되면서 일종의 분단체제가 형성됐죠. 통일은 아니더라도 평화로운 공존, 점진적인 재통합으로 바꿔놓아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변혁이이요. (분단체제에서는) 아무리 개혁을 잘하려고 해도 국내에서 성과가 제한적이기 마련이죠.”

그는 분단체제는 ‘무거운 족쇄’나 다름없다고 했다. “일부 진보적이란 지식인들은 국민이 선진국에 비해서 아직 너무 멀었다고 탄식하곤 하는데, 분단이란 족쇄의 무게를 지고 살기에 우리 민족이 이만큼만 해도 정말 놀라운 것이에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 7월 29일 서울 마포구 창비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창비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 7월 29일 서울 마포구 창비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창비]

백 교수는 우리나라 극우 세력의 반공친미적인 특징 역시 분단된 남북 현실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의 극우 정당은 데모할 때 나치 깃발을 들고나오지, 성조기를 들고나오진 않아요. 분단이란 특수 상황이 없는 나라에서는 극단적인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이 극우세력이죠. 우리나라의 소위 극우 길거리 투쟁하는 분들은 미국 국기를 들고나와서 하는데 참 희귀한 현상이에요. 분단국가가 처음 만들어질 때 반공친미 기저가 됐어요. 그때 생긴 흐름이 이제까지 이어진 것이죠.”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의 내란 시도를 통해 자연스레 적폐가 청산될 것으로 기대했다. “요직에 있는 중요한 인물들이 윤석열 내란에 가담하거나 옹호하며 본색이 다 드러났어요. 내란범과 국정농단에 증거를 남긴 사람들을 응징하면 적폐청산의 큰 부분이 저절로 될거예요. 내란을 일으켰을 때 진압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윤석열 정권이) 대한민국의 역사에 기여한 점이 아닌가 싶어요.”
 
백 교수는 변혁과 중도의 시대인 ‘2025년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변혁적 중도는 단순히 좌우 사이의 중간 입장을 취하는 절충적 노선이 아니다. 한반도의 분단체제가 만들어온 정치·사회적 구조를 넘어서는 동시에 신자유주의가 심화시킨 불평등과 경쟁 중심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극복하려는 장기적 체제 전환의 전략이다. 
 
“87년 6월 항쟁으로 한 차례 큰 전환이 일어났고, 엄청난 발전이 일어났어요. 그에 맞먹는 대전환을 2013년에 이뤄보자는 꿈을 갖고 당시 <2013년 체제 만들기>란 책을 내고 원탁회의도 만들었지만, 2013년 체제 부상은 물거품으로 돌아갔어요. 이제 변혁과 중도의 때가 왔다는 점에서 2025년 체제를 제대로 만들자고 제안해요. 2013년에 못 이룬 꿈을 이제는 이룰 때가 됐다는 것이죠.”

 
변혁적 중도의 때가 왔다
변혁적 중도의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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