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여야 전당대회가 보여준 '정당 민주주의' 현실

 
11
[신율 명지대 교수]


이변과 혼선
 
민주당 전당대회는 정청래 후보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이번 결과는 ‘이변’으로 평가될 만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보다 가까운 인물로 여겨졌던 박찬대 후보가 패배했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박찬대 의원이 의원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지지를 받았음에도 패배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역위원장들의 당원들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되었음을 의미한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이는 당원 중심의 당내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현대 정당이 포괄정당(catch-all party)의 성격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원 중심 정당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현재 민주당 당원들의 목소리가 일반 여론과 반드시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강성 당원의 목소리가 일반 당원을 압도하고 있고, 강성 당원의 의견이나 생각이 여론과 괴리가 있다면, 비록 당원 중심 정당의 형태를 갖추었다고 해도, 이를 ‘당내 민주화의 성공’으로 보기는 힘들다.

이렇게 될 경우, 이재명 대통령이 추구하는 중도 실용 노선과 민주당의 ‘당심’ 사이에도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만일 이런 상황이 실제로 나타나면, 이재명 대통령이 원하는 정책 추진에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강성 당원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혁 추진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는 소리가 있고, 강성 당원들의 이런 실망감이 이번 전당대회 결과에 투영됐다는 분석이 있다. 결국 이런 괴리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변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아직 진행 중인데,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찬탄’ 대 ‘반탄’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탄핵에 찬성했던 후보로는 안철수, 조경태 의원 등이 있으며, 반대 입장을 취한 이른바 반탄 후보에는 김문수, 장동혁 의원이 있다.

이런 구도 속에서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가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직접 출마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후보들 논쟁의 핵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전한길 전 강사를 출당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는 것이 민주 정당의 기본이라며 그를 옹호한다. 전한길 전 강사는 후보들에게 질문지를 배포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기도 했는데, 장동혁 의원은 유튜브 채널에 직접 출연해 전한길 전 강사의 질문에 답하기도 했다. 물론 전한길 전 강사 역시 국민의힘 당원이므로 후보들에게 질문할 권리는 있다. 그러나 이 상황에는 우려할 만한 지점이 있다. 다른 일반 당원들이 동일한 방식으로 질문했을 때, 과연 후보들이 그에 성실히 응답할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이 바로 그 지점이다. 만약 전한길 전 강사의 현재 ‘위상’이 일부 후보자들을 움직이게 한 것이라면, 이는 정당 내부 의사소통의 공정성 측면과 국민의힘의 근본적 이념 지향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은 보수 이념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보수의 상징이라면 문제의 성격이 달라지겠지만, 그는 원래 보수 진영 출신이 아닌, 영입된 인물일 뿐이다. 그의 인생 경로에서 보수 가치를 위해 살아온 흔적은 찾기 어렵다. 그런 그가 갑자기 보수를 외치게 된 시기는, 비상계엄이라는 ‘기이한 행위’ 직후였다. 이후 그는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런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는 힘들다.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면, 그 근간이 되는 합헌적이고 합법적인 절차를 준수해야 하는데, 그가 시도한 비상계엄은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것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는 정당한 법 집행조차 거부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개인은 특검의 소환 요구가 불법적이라고 판단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해석일 뿐이다. 개인의 해석이 정당한 법 집행보다 우선한다면, 그것은 법치주의라 할 수 없으며, 법치 없는 시스템은 민주주의라 말할 수 없다. 그런 모습을 보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반 여부가 여전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주요 이슈로 등장하는 것, 그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보수의 전사’라고 주장하는 전한길 전 강사와 같은 인물이 주목받는 상황은, 보수 정당의 본령을 희화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진정한 보수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면, 윤석열 전 대통령이라는 ‘영입 인사’의 행위 정당성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보수의 핵심 가치를 실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지금처럼 ‘윤석열=보수 가치’라는 등식이 굳어지는 상황은 지양되어야 하며, 국민의힘이 이러한 인식을 극복할 때만이 대한민국 보수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 주요 이력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