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에 '면허취소' 언급한 李...건설업계 생존위기 내몰렸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건설업계가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이은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건설 면허 취소와 공공입찰 금지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직접 지시하면서다. 대통령의 강경 대응 기조에 국토부 등 정부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업계에선 "건설산업 전체에 대한 경고"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7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100여개에 달하는 전국 포스코이앤씨 공사 현장에 대해 점검을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에서 포스코이앤씨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고 강력히 질타한 이후 점검에 나선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포스코이앤씨의 전국 현장에 대해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조사를 이달 말까지 마치고 결과를 취합해 대통령실에 보고할 예정이다. 

이번 현장조사 결과는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제재 수위는 물론 건설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면허 취소는 단순 과징금이나 일시적 입찰 제한, 영업 정지를 넘는 '업계 퇴출'에 해당하는 최고 수준 징계다.

앞서 6일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국토부,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는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적용 가능한 행정처분을 검토 중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올해 들어 반복해서 공사 현장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한 만큼 산업재해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28년 만에 면허취소를 언급하면서 건설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대통령이 특정 기업을 직접 거론하며 징계를 경고하는 이례적인 상황 속에서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기업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반에 대통령이 경고를 한 것 아니겠냐"며 "현장에 긴급하게 점검팀을 투입하고, 안전관리 체계를 살펴보는 등 업계 전체가 비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장 안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공사 전에 사전 교육을 충분히 하고 있음에도 현장 특성상 돌발적 상황이 많고, 고령 근로자 증가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한 번의 사고로 입찰 금지, 면허 취소까지 가게 된다면 생존의 위기로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처벌 위주의 조치가 자칫 건설산업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3년 국민계정 확정치’ 기준 2023년 건설투자액은 300조원으로 전년 대비 0.5% 감소했다. 1.5% 증가할 것이라던 기존 잠정치에서 뒤집힌 결과다. 이로써 건설투자는 4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건설 현장에 경각심을 주고, 중대재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은 필수적이고, 긍정적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현장에서의 불가항력적인 요소가 존재하고, 대규모 현장을 완벽하게 통제하기 힘든 상황에서 규제 강화만으로는 근본적 예방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건설업은 하청 구조, 외부환경, 위험 요소 등 다양한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사고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며 "사고 책임을 철저히 묻고 경각심을 갖는 것은 중요하지만, 공사비, 공사기간 확보, 안전비용 보전 등 제도적 지원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성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점검과 처벌에 나서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규제는 현장 사고를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규제가 강화되면 건설사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결국 '서류 속 안전'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며 "안전을 위한 공사 기간 확보와 추가되는 비용들이 결국 안전 확보에 필요한 필수적인 사회적 비용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