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9월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한시적으로 허용된다. 한한령과 코로나19를 거치며 얼어붙었던 양국 관광 교류에 온기를 불어넣고, 외래객 유치와 관광산업 회복 속도를 높이려는 결단이다.
이번 조치는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무비자 허용은 업계의 숙원이었지만, 불법 체류·취업, 저가 쇼핑 위주의 일정, 특정 지역 쏠림 등 과거의 부작용 우려가 불거질 때마다 추진 속도는 느려졌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수개월간 외교부·법무부·문화체육관광부가 협의해 전담여행사 중심의 사전·사후 관리 체계를 설계했다. 모집부터 숙소·동선까지 전담여행사와 전자관리시스템을 통해 관리하고, 입국부터 귀국까지 안전하게 책임지겠다는 구상이다. 단순히 문을 여는 것을 넘어, 들어오는 발걸음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번 발표는 상호주의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한국인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올해 방한 외래객이 2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는 ‘3000만명 시대’를 위해 입국 절차 간소화, 규제 합리화, 서비스 품질 제고를 병행하고 있다. 무비자 허용은 그 속도를 높이는 촉매제다.
항공 노선 증편, 호텔·리조트 가동률 상승, 지역 관광지 활성화까지 연쇄 효과도 기대된다. 특히 관광 의존도가 높은 지방 소도시는 가뭄 끝 단비만 기다리고 있다.
다만, 과거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자정 노력은 필수다. 일부 전담여행사의 저가 상품은 시장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업계는 품질 중심 상품 개발과 공정거래 준수를 약속했고, 정부도 전담여행사 관리 강화, 지역 분산 유도, 불법 체류 사전 차단, 서비스 품질 제고 등 세부 방안을 정교화하고 있다. 지방 체류형 여행과 체험·교육 연계 상품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무사증 입국을 시행해 온 제주도 역시 이번 조치의 간접 효과에 주목한다. 수도권·부산 경유 중국인 관광객 유치, 온라인 홍보 강화, 가족·교육여행 상품 개발로 경쟁력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단기 수요 진작을 넘어, 한국 관광의 다변화와 질적 성장을 견인할 시도로 읽힌다. 제주 사례는 전담여행사 모델의 전국적 적용 가능성을 가늠하게 한다.
결국 관건은 ‘허용’이 아니라 ‘관리’다. 이 기간, 과거의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소하고, 관광의 체질을 바꿀 시험대다. 관리 실패는 단순한 정책 실패를 넘어 한국 관광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 시기는 ‘관광 회복’이라는 목표를 실현할 골든타임일지 모른다. 방심하면 부작용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치밀하게 준비하면 위기가 반등의 발판이 된다. 성패는 정책의 완성도가 아니라 실행력에 달려 있다. 이 결정이 ‘잘못 열어젖힌 문’으로 기록될지, ‘새로운 도약의 관문’으로 남을지는 지금부터의 한 걸음, 한 선택이 결정한다.
성과는 통계로만 남지 않는다. 시장의 신뢰, 지역의 체감, 관광객의 경험이 함께 평가받는다. 답안지는 국민과 시장이 동시에 채점할 것이다. 준비 없는 환대는 손님을 금세 떠나게 하고, 준비된 환대는 오래 머무를 관계를 만든다. 이번 결정이 어떤 기록으로 남을지는, 세심한 실행 전략이 증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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