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건전성 시험대] 금융당국, '고유동성 자산 비율 100%' 은행→금융지주 확대 검토

  • 올해 업무계획 포함…"조달시장 보며 도입 시기 조율"

서울 시내에 설치된 주요 은행 ATM 기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주요 은행 ATM 기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에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저축은행·캐피탈 등 비(非)은행 계열사의 리스크를 예방하겠다는 목적이지만 대출 여력 축소와 본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LCR을 10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바젤 III 규제를 기존 은행에서 금융지주사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반기 중 1~2회 금융권의 건의사항을 듣고 도입 시기를 조율할 계획이다. 

LCR은 30일간 예상되는 순현금 유출액 대비 고유동성 자산의 비율을 뜻한다. 디지털 뱅크런(대규모 인출) 등 단기 유동성 위기가 닥쳤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수단이다. 앞으로 한 달간 1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면 유동성 위기가 와도 30일은 버틸 수 있도록 금융사가 100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라는 의미다.

국제결제은행(BIS)은 LCR 규제를 금융지주사까지 적용해야 한다고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은행에만 이 규제를 적용하고, 지주사에 대해서는 지표를 모니터링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LCR 규제가 지주사로 확대되면 계열사인 증권사, 캐피탈사, 카드사, 저축은행, 벤처캐피탈사 등도 LCR 규제 울타리에 속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지주사의 비은행 계열사 여력이 커지고 있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방안을 올해 업무계획에 포함해 추진하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조달시장 상황을 보면서 내부적으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은행의 일부 잉여 LCR을 금융지주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가닥을 잡으면 지주사에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저축은행 등 업황이 좋지 않은 업권에서 LCR을 맞추기 위해 저수익 자산 비중을 늘리면 본업 경쟁력이 약해지고 순이자마진(NIM)이 떨어져 장기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는 가계대출 비중이 높을수록 LCR 관리에 유리한데 정책상 가계대출 확대가 쉽지 않아 포트폴리오 조정에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다. 

금융지주들은 이미 그룹 차원의 유동성 관리 시스템을 갖춰 놓았다는 입장이다. NH농협금융지주는 9월까지 유동성·신용리스크 시스템 현황을 진단하고 시장리스크 관련 신규 제도 승인, 자본비율 안정화 등을 위해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별 포트폴리오에 따라 회사채, 자산유동화증권(ABS), 국채, 차입 등의 규모가 달라질 것"이라며 "비은행까지 획일적으로 묶으면 오히려 자금이 은행에서 묶여 민간 부문으로 흘러가지 못하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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