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이나 민간기업이 정부 또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업무에 엔비디아 H20 칩 사용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기술적 성능 저하, 보안 위험, 에너지 효율 기준 미달 등이 사유로 거론됐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최근 엔비디아의 H20 컴퓨팅 칩에 원격으로 접근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백도어’가 내장돼 심각한 보안 문제에 노출됐다며 H20의 보안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AMD의 AI 가속기에도 같은 방침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중국 정부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지난달 말 엔비디아 H20 칩의 잠재적 보안 취약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엔비디아를 소환해 소명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AMD는 논평을 거부했고, 엔비디아는 성명에서 “H20는 군사용 제품도 아니고 정부 인프라용 제품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에는 국내산 칩 공급이 충분하며 “정부 운영에 미국산 칩을 의존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H20와 AMD MI308 칩의 대중 수출 허용을 공식 확인한 직후 나왔다. 앞서 엔비디아와 AMD는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중국 수출 매출의 15%를 미 정부에 이전하는 조건으로 수출 허가를 받았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서 잃은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회복하려는 시도와 트럼프 행정부가 그러한 매출을 미국 정부의 재정 수입으로 전환하려는 전례 없는 계획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 정부는 구형 기술인 H20칩에 대한 수출을 승인하면서 중국이 미국 기술에 의존하도록 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논리를 세웠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중국의 이번 결정이 중국이 국내 칩 역량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들이 서구 칩 대신 국산 칩을 선택하기를 원하는 것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의 레너트 하임 기술·안보 연구원은 “중국이 규제 불확실성을 활용해 화웨이 공급을 소화할 만큼의 내수 시장을 만들면서도, 실제 수요를 충족할 만큼의 H20 구매는 허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국내 대체재가 여전히 충분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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