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해로 멈춘 영농 재개…농진청 응급복구단 산청서 '구슬땀'

  • 산청서 나흘간 1000여대 수리…농가에 '기술적 버팀목'

지난 8일 산청군 야정마을 수해피해현장사진농촌진흥청
지난 8일 산청군 야정마을 수해피해현장[사진=농촌진흥청]
수마가 할퀴고 간 들녘의 풍경은 생각했던 것보다 처참했다. 하천이 넘치며 한때 강을 이뤘던 들판은 진흙투성이로 변했고 육묘장 비닐하우스 자재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폭탄을 맞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지난달 중순 폭우로 산청군 신등면 단계천이 범람하면서 하천 주변의 육묘장 등 농업기반시설을 덮쳤다. 평소 같으면 영농활동으로 한창 바쁠 시기지만 나흘간 800mm 가까이 내린 비는 모든 것을 앗아갔다. 

농촌진흥청이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산청군 3개 지역(신암면, 신등면, 생비량면)에 ‘농업기계 응급복구단’을 긴급 투입한 지 사흘째인 지난 8일. 신등면 농산물종합집하장에 연두색 조끼를 입은 농업기계 안전전문관 30여명이 무더운 날씨에도 냉풍기 바람에 의존한 채 농기계 부품과 씨름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당장 수리가 필요한 농기계는 트랙터, 경운기, 관리기 등 어림잡아 1000대 정도. 전국 3개 도에서 총 118명의 인력과 29대의 수리 차량이 투입됐지만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전북에서 지원 나온 전문관들은 예상보다 심각한 피해 상황에 파견 계획을 이틀 연장하고 현장 복구에 힘을 싣기로 했다. 

농기계가 침수되면서 풀베기, 방제, 관수 작업까지 마비된 상황에서 이번 응급 수리는 농민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술적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번 복구 작업은 단순한 공무 수행이 아니었다. 충남, 전북, 경북 등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달려온 전문관들은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며 영농 재개에 힘을 보탰다.  전북에서 온 한 농업기계 안전전문관은 “지난해 산불 때도 전국 각지에서 힘을 모은 덕에 빠른 복구가 가능했다"며 "이번 비 피해로 농민들이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도저히 가만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권재한 농촌진흥청장이 산청군에서 수해 지역 농기계 수리를 위해 파견된 농업기계 응급복구단 관계자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농촌진흥청
지난 8일 권재한 농촌진흥청장이 산청군에서 수해 지역 농기계 수리를 위해 파견된 농업기계 응급복구단 관계자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농촌진흥청]
이날 현장을 찾은 권재한 농촌진흥청장도 무릎 높이까지 흙탕물 자국이 남은 밭두렁을 따라 복구 현장을 둘러보고 손에 기름때가 묻은 복구단원 한명 한명과 악수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권 청장은 “정부와 기관, 그리고 전국의 자원봉사자들이 함께한 이번 복구 활동은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돼 일어설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피해 농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하고, 지역 경제도 활기를 되찾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올해는 산청 방문의 해이기도 하다”며, “청 직원들과 국민들이 지역을 찾아 경제 회복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응급복구단은 앞서 충남 4개 시군에서 1차로 약 1000대의 농기계 수리를 완료한 데 이어, 산청군에서 이달 5일부터 8일까지 2차 수리 작업을 완료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집중호우로 인해 일상이 멈춘 농업인들의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첫걸음"이라며 "앞으로도 전문인력과 장비를 활용한 재난 대응 체계를 강화해, 재난 시 신속한 영농 복구지원이 가능하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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