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도 관여"…우크라 안전 보장 문제 향배는

  • 트럼프, 미군 우크라이나 주둔 가능성도 언급

  • 젤렌스키 "안전 보장 세부사항 10일 내 마련"

  • 평화유지군·인계철선 부대 배치 등 대안 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UPI·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안전 보장’ 문제가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및 유럽 주요국 정상과의 백악관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 보장 조치 마련을 공언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병력 배치 방안을 단호히 거부한 가운데 서방의 안전 보장과 관련한 세부 사항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 보장과 관련해 “유럽 국가들이 제1방어선을 형성하게 되겠지만 미국도 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은 하지 않도록 하되, 나토 조약 제5조와 유사한 방식의 안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안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나토 조약 제5조는 회원국 중 한 국가가 공격받으면 다른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무력 사용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집단 방위 조항이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는 미 CNN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나토 조약 제5조와 비슷한 보호를 제공할 수 있다는 데 대해 러시아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군이 우크라이나에 주둔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미군의 우크라이나 주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고 해설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 및 유럽 정상들과의 회동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안전 보장을 수용했다”고 언급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푸틴 대통령과의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도 이 같은 발언을 하면서 “매우 주목할 만한 진전”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젤렌스키, 125조원 규모 美무기구매 공식화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정부의 안보보장 언질을 받아낸 것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의 주요 성과 가운데 하나로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안전 보장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이를 조율하는 데에 도움을 주겠다는 중요한 신호를 받았다”며 “안전 보장 세부 사항은 10일 이내에 마련돼 문서로 공식화될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과 관련해 미국 무기의 대규모 구매와 현대전과 관련한 실전 기술을 미군에 이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안전 보장의 일환으로 900억 달러(약 125조원) 규모 군사 지원 패키지를 받기를 원한다”며 전투기, 방공 시스템 등을 포함하는 미국산 무기 구매를 미국에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가 유럽 자금을 바탕으로 1000억 달러(약 139조원) 규모의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이와 별개로 미국과 500억달러(약 69조원) 규모의 드론 공동생산 협정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에서는 다국적 평화유지군을 우크라이나에 배치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이런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중심으로 일부 국가들이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최소 수만 명의 병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는 평화유지군 구성에 일부 유럽 국가들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도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에 나토 회원국의 군대가 주둔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외무부를 통해 발표한 논평에서 “우크라이나에 나토 회원국 참여로 군이 배치되는 어떠한 시나리오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나토군이 배치되면 갈등이 확대돼 예측 불가능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병력 배치에 대한 러시아의 반발이 큰 만큼 평화유지군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인계철선’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는(NYT)는 보도했다. 인계철선 부대는 최전방에 배치된 소규모 병력에 대한 공격이 그 병력이 속한 국가 전체와의 전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방어보다는 억제력에 초점을 둔 방식이다. 인계철선 부대보다 더 소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배치하자는 구상도 있다. 수백명 규모의 부대를 주둔시킨 뒤 주로 러시아의 군사 행동을 감시하는 역할만 맡기자는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병력 배치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 병력이 배치될지, 다른 형태를 보일지는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 구축을 위해 미국이 유럽 동맹국 및 비(非)유럽국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동맹국뿐 아니라 유럽 밖의 국가들과도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어서 구체적인 관련 구상에 한국 등 동아시아 동맹국도 포함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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