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정부의 지속된 대화 제의에 북한이 선을 긋고 나선 가운데 정부는 지속해서 화해 손길을 뻗겠다는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
통일부는 20일 "남과 북 주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남북이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들은 일방의 이익이나 누구를 의식한 행보가 아니라 남과 북 모두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우리 정부는 대북·통일 정책의 기본방향에 대해 지난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이미 밝힌 바 있으며, 앞으로 이를 이행하기 위해 일관되게 노력해 나갈 것"이라면서 "정부는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뒤로 하고, '한반도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반드시 열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새벽 북한이 기존 김여정 명의 담화 형식으로 냈던 대남 메시지를 조선중앙통신 보도 형식을 빌려내며 우리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음에도 현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알린 것이다.
통신에 따르면 김여정 부부장은 전날 외무성 주요 국장들과 협의회에서 "확실히 이재명 정권이 들어앉은 이후 조·한(남·북) 관계의 '개선'을 위해 무엇인가 달라진다는 것을 생색내려고 안깐힘을 쓰는 '진지한 노력'을 대뜸 알 수 있다"며 "그러나 아무리 악취 풍기는 대결 본심을 평화의 꽃보자기로 감싼다고 해도 자루 속의 송곳은 감출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을지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한 "작은 실천이 조약돌처럼 쌓이면 상호 간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는 발언을 지적하며 "그 구상에 대하여 평한다면 마디마디, 조항조항이 망상이고 개꿈"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이재명은 이러한 역사의 흐름을 바꿔 놓을 위인이 아니다"라고도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소통 재개 의지를 거듭 밝히고, 미국과 한국 모두 북한과 대화를 원하고 있지만, 북한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특히 통신은 이번 협의회에서 김 부부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외정책구상을 전달 포치(지도)했다고 밝혔는데, 이와 관련해 북측의 대응 조치가 구체화됐을 거란 평가가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목할 부분은 '한국 정부의 기만적인 유화공세의 본질과 이중적 성격을 신랄히 비판하면서 국가수반의 대외정책구상을 전달포치'다고 밝힌 것"이라며 "김정은 의중과 지시에 따라 한국 유화 공세에 대응하는 관련 대외 정책이 하달됐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조속한 시일 내 북·미, 남북 간 대화는 어려워 보인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시점에서 북한이 핵을 보유한 정상 국가로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전 혹은 그럴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대전환 시점 이전까지 대미·대남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달 담화에서 핵 보유국 지위 인정을 북·미 대화의 선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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