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의혹 규명을 위해 각 특검이 수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수사 방해를 목적으로 하는 증거인멸과 기밀유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정민영 순직해병특별검사팀 특검보는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지난달 10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자택을 압수수색한 직후 그가 측근 A씨와 함께 한강공원에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파손하고 버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A씨는 휴대폰을 발로 밟아 연기가 날 정도로 훼손한 뒤 쓰레기통에 버렸고, 이 전 대표 역시 현장에 있었다. 특검은 이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 촬영까지 했으며 이후 현물을 확보해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A씨는 평소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지인으로, 단순한 증거인멸에 그치지 않고 이 전 대표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알리바이’ 조작에도 관여한 정황이 포착됐다. 특검은 A씨 자택 압수수색에서 알리바이 조작 관련 메모와 문서를 확보했다. 특검은 A씨를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하고 이미 한 차례 소환조사를 진행했으며 추가 조사도 검토 중이다.
김건희 여사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1차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정필씨에게 ‘집행유예를 받아낼 수 있다’고 약속하며 금품 8000만여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에서는 해병대 단체방 인사들과 공모해 김 여사를 통해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같은 날 내란·외란 특별검사팀 역시 또 다른 수사 방해 사례를 공개했다. ‘평양 무인기 의혹’과 관련한 핵심 피의자인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 변호인이 조사 참여 과정에서 확보한 신문 내용과 군사 기밀 자료를 외부로 유출한 사실이 확인돼 변호인에 대해 참여를 중단시켰다. 박지영 특검보는 “변호인이 언론 대응을 이유로 조사 과정에서 취득한 기밀을 외부에 공개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공범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증거 인멸 위험도 크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내란특검법이 규정한 ‘수사 지장 행위 시 변호인 참여 중단 가능’ 조항과 대검찰청 예규를 근거로 해당 변호인에 대해 참여를 제한했다. 실제로 김 전 사령관은 이날 출석했지만 변호인 참여 제한 통보를 받고 조사를 받지 않은 채 돌아갔다.
이에 대해 김 전 사령관 측은 “수사권 남용에 따른 방어권 침해”라며 불복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특검은 “현재까지는 유출 사실만 확인했지만 필요하다면 수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변호인에 대한 별도 수사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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