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이 국내 소프트웨어(SW) 개발자 채용 시장의 구조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단순·반복적인 코딩 업무가 AI에 의해 대체되면서 초급 개발자의 입지는 좁아지고, 기업들은 검증된 고급 인력 확보에 집중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급 개발자들이 경력을 쌓아 중급·고급 인력으로 성장할 기회를 갖기 위해선 기업에만 책임을 미뤄선 안된다고 말한다. 새내기 개발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국가 차원에서 글로벌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해 AI 시대 핵심 인력 육성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성 중앙대 교수는 “초급 개발자 수요는 이미 수년 전부터 줄었고, 기업은 버전 관리나 환경 설정도 못하는 반쪽짜리 인력보다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만 찾는다”며 “생성형 AI가 이 흐름을 가속하고 있을 뿐, 진짜 문제는 준비되지 않은 인력 양성과 구조적 미스매치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과 해외 개발자의 연봉 격차가 최대 10배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단순히 돈으로는 승부가 어렵다”면서 “정부와 기업이 성장 경로와 글로벌 참여 기회를 제공해야 인재를 붙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의 설명처럼 메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최고 수준의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최대 1억 달러에 달하는 보상안을 제시하며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자본력에서 밀리는 국내 기업들이 인재 쟁탈전에 뛰어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 없이는 우수 인재의 해외 유출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생성AI 확산에 따른 디지털 인재 양성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신입·초급 개발자들이 담당하던 디버깅이나 단순 구현 업무를 AI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해, 기업들의 신입 채용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
보고서에서 실시한 전문가 조사에서도 같은 우려가 드러난다. 델파이 조사에 참여한 현직 개발자 26명 중 88%는 “앞으로 채용시장에서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단순 코딩 역량에 머문 초기 인력은 수요가 감소하는 반면, AI 협업 능력과 보안·검증 역량을 갖춘 고급 개발자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험의 사다리가 끊기면서 고급 인재 쏠림 구조가 굳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초급 개발자가 단순 코딩을 넘어 빅데이터·핀테크·헬스케어 등 새로운 수요가 있는 분야로 역량을 확장할 수 있도록 교육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또한 단기 부트캠프 중심의 양성 정책에서 벗어나 기업과 협업해 실무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제공하며, 고급 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국제 콘퍼런스 참여 지원과 안정적 연구비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AI가 초급 개발자의 기회를 줄이는 것은 불가피한 흐름이지만 국내 개발자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가 성장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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