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산업통상부가 2026년 초부터 기존 휘발유 판매를 중단하고 바이오연료인 E10만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베트남 내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환경 보호와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목표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일방적인 강제 전환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 확보와 대중 홍보 강화가 필수라는 목소리가 높다.
28일(현지시각) 베트남 청년신문 등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대기오염 해결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새로운 연료 정책을 내놓았다. 이달부터 하노이와 호치민 하이퐁 등 주요 3대 도시 주유소에서 E10의 시범 판매가 시작됐다. 베트남 정부는 재정부와 협력해 환경적 이점을 고려한 세제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방안에는 바이오연료에 부과되는 환경세 인하가 포함돼 있으며 곧 국회와 정부사무국에 제출될 예정이다.
베트남은 이미 지난 2014년부터 E5-RON92를 전국적으로 공급해 온 가운데 이번에 E10까지 도입하며 친환경 연료 보급을 한층 확대하는 모습이다. 당국은 이번 조치가 교통 부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베트남 정부의 제안에 대해 소비자와 유통업계는 “환경을 위한 변화는 필요하지만 대체 연료 사용을 강제하기보다는 명확한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인프라와 공급 체계는 준비된 상태지만 기존 휘발유와 병행 판매가 지속되는 한 전환 속도에는 한계가 있다. 과거 E5 연료가 시장 안착에 실패한 사례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E10 시범 도입 후 한 달이 지났음에도 사용자 수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E5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을 가격 경쟁력 부족에서 찾는다. 후발 연료가 기존 연료를 대체하려면 우선적으로 가격 매력이 있어야 하지만 E10 역시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최근 시범 판매에서도 낮은 판매량이 이어지는 이유다. 따라서 세금과 수수료를 인하해 가격을 낮추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과제는 홍보 부족이다. 하노이와 호치민시를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이미 대기오염이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어 친환경 교통 전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 E10 사용은 환경오염 저감과 화석연료 의존도 축소라는 이중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베트남은 농업 기반 국가인 만큼, 에탄올 혼합 연료 생산 과정에서 농업 부산물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농민 지원으로 이어진다. 첨단 기술을 통한 지속 가능한 생산도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가격 경쟁력 확보 ▲환경적 장점 부각 ▲농업 지원이라는 세 가지 축이 균형을 이룬 로드맵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된다면 E10 바이오연료는 베트남에서 더욱 폭넓은 사회적 지지와 빠른 확산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런 규제의 배경에는 베트남의 심각한 대기오염이 있다. 올해 1월 초 하노이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세계보건기구 안전 권고 기준을 18배나 초과한 266µg/㎥에 달해 세계 최악 수준을 기록했다. 당국은 대기오염 물질의 절반 이상이 내연기관 자동차와 오토바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노이에는 약 850만 명의 시민이 거주하고 있고, 700만 대가 넘는 오토바이가 운행되고 있다. 오토바이는 서민들의 대표적인 이동수단으로 자리잡았지만 급격히 늘어난 배출가스가 대기오염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런 가운데 대체 교통수단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하노이의 대중교통 시스템은 전체 교통 수요의 약 18%만 감당할 수 있어 시민들은 여전히 오토바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대체 연료의 존재는 앞으로도 중요하게 여겨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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