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다음 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전승절(항일 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기념일) 80주년 열병식을 잇따라 개최하며 반(反)서방 세력 결집에 나선다. 특히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북·중·러 정상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국제사회를 향해 연대를 과시할 전망이다.
28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훙레이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는 이날 전승절 행사 관련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주석의 초청으로 26명의 외국 국가 원수 및 정부 수뇌가 기념 활동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베트남, 라오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몽골, 파키스탄, 네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벨라루스, 이란 등 정상이 참석자 명단에 올랐다. 서방국 지도자로는 유럽의 로버트 피코 슬로바키아 총리와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 두 정상만 참석한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양국 수교 7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던 지난 2019년 이후 6년 만이다. 앞서 2015년 전승절 70주년 행사 때는 최룡해 당시 노동당 비서가 참석한 바 있다. 시 주석과 김 위원장, 푸틴 대통령 세 정상은 내달 3일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70분간 진행되는 열병식을 함께 지켜볼 전망이다. 열병식에는 1만명 이상의 45개 부대가 동원되며 초대형 무인 잠수정을 포함해 각종 최신 무기가 공개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는 푸틴과 김정은이 처음으로 시진핑과 함께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라면서 “서방의 압력 속에서 집단적인 저항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 두 정상의 열병식 참석은 시 주석에게 중요한 외교적 승리의 의미도 가진다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푸틴과 협상을 시도하고 있고, 최근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나고 싶다고 언급한 상황에서 시 주석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BBC는 짚었다.

이에 앞서 오는 31일부터 이틀 동안은 톈진에서 SCO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1996년 4월 중국과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으로 출발한 상하이협력기구는 10개 회원국, 2개 옵서버국, 14개 대화상대국을 거느린 다자기구로 확대됐다. 올해 SCO 정상회의에는 푸틴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20여 개국 정상과 10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할 예정으로 중국 외교부는 이번 회의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며 벌써부터 세를 과시하고 있다.
관영 매체들은 SCO 회원국과 중국 간 경제 협력도 강조하고 나섰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SCO 회원국 간 무역 규모는 3조6500억 위안(708조6500억원)으로 지난 1996년 출범 때보다 약 36배 늘었다. 또 지난 7월 한 달 동안 무역 규모는 8.5%나 급증해 올해 들어 지금까지 가장 높은 월별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신화통신은 강조했다.
특히 모디 총리의 SCO 참석은 반서방 세력 결집에 있어 상징성을 더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디 인도 총리는 이번 회의 참석차 2018년 이후 7년 만에 중국을 찾을 예정으로 인도는 27일 미국으로부터 50% 폭탄 관세를 부과받은 가운데 2020년 국경지역 유혈충돌 사태 이후 경색됐던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국은 최근 5년 만에 국경 무역 재개에 합의했고 직항 여객기 운항도 재개하기로 했다. 린민왕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은 “어떤 면에 있어 트럼프의 정책은 SCO의 내부적 단결을 강화한다”면서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에 대응하는 데 있어 이들 국가의 공통된 이익을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