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들에 내쫓겼던 美 흑인 시장, 선거로 압승

  • 앨라배마주 소도시 뉴번서 66대 26 승리

선거에서 승리한 패트릭 브랙스턴 뉴번 시장 사진abc 캡처
선거에서 승리한 패트릭 브랙스턴 뉴번 시장. [사진=abc 캡처]
 
인구가 133명에 불과한 미국 동남부 앨라배마의 미니 도시에서 백인 주민들에 의해 축출됐던 흑인 시장이 선거에서 압승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 도시의 첫 흑인 시장인 패트릭 브랙스턴 시장은 이날 선거에서 66표를 얻어 26표를 얻은 부동산 업자 출신인 백인 레어드 콜 후보를 물리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유권자 92명에 불과한 미니 도시의 시장 선거에 미 언론의 관심이 모인 것은 이 도시의 역사적 배경에 있다. CNN에 따르면, 이 도시에서는 투표권법이 시행된 1965년 이후 선거가 치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이 도시에서는 현 시장이 후임자를 임명하고, 새 시장이 시의원들을 임명하는 식으로 공직자들이 꾸려졌다. 이 때문에 흑인 주민이 백인 주민보다 훨씬 더 많지만, 공직자 중에서는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흑인 유권자들은 이를 “hand-me-down governance(물려받은 통치)”라고 비판했다. 이 도시의 흑백 유권자 구성은 흑인 64.3%, 백인 34.8%다. 
 
문제는 지난 2020년 불거졌다. 의용소방대원 출신인 브랙스턴은 이 때 시장에 출마했다. 단독 후보로 무투표 당선된 브랙스턴은 다른 전임자의 전례를 따라 시의원들을 임명했다. 
 
하지만 선거 이후 브랙스턴이 시청에 들어갈 수 없도록 청사 자물쇠가 교체되고, 브랙스턴의 시 계좌 접근권이 거부됐다. 이에 브랙스턴은 “퇴임한 시의원들이 부정하게 스스로를 시의원으로 재임명하고 특별 선거를 준비하는 비밀 모임을 개최했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기존의 시 관계자들은 자신들은 잘못이 없고 브랙스턴이 시장이 됐다는 주장은 무효라고 반박했다. 
 
소송은 4년 뒤인 2024년 조정으로 끝났다. 양 측의 합의에 따라 브랙스턴은 시장직에 복귀했으며, 이듬해에 새 시장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그 선거가 이번 선거다. 
 
선거 직후 브랙스턴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직접 나와 목소리를 냈고 투표를 행사했다”면서 “이제는 그들(유권자)이 이 동네에 무엇을 원하는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선거에서는 또 시의원 1석에 대한 선거도 치러졌는데 흑인 여성 후보들인 패트리샤 잭슨과 본실 브라운 토마스 후보가 경쟁해 잭슨 후보가 64대 27로 이겼다. 
 
브랙스턴의 승리를 두고 미 남부 인종정의 단체인 SPLC액션펀드의 매디슨 홀른 매니저는 “브랙스턴 시장의 선거는 뉴번에 민주주의 거버넌스 회복과, 공정한 대표성 보장, 모든 시민의 지방정부에 대한 발언권 확립이라는 차원에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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