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인공지능(AI) 대전환, 저출생·고령화, 기후변화라는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총수입은 674.2조원으로 전년 본예산 대비 3.5% 증가에 그쳤고, 국세수입은 390.2조원으로 2.0% 증가에 불과하다. 반면 관리재정수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0% 적자, 국가채무는 1415조원으로 확대된다. 이런 여건에서 지출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이번 조정은 1980년대 김재익 경제수석이 도입했던 제로베이스 예산제도의 정신을 되살린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처럼 기존 사업이라도 효과성과 필요성이 부족하면 과감히 정리하고, 새로운 우선순위에 맞춰 자원을 재배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실제로 정부는 성과가 미비하거나 우선순위가 낮은 4400여 개 사업의 예산을 삭감했고, 이 중 약 1300개는 폐지했다. 절감된 27조원은 내년 총예산 증가분의 절반에 달한다.
세부 내역을 보면, 단기간 급증한 공적개발원조(ODA) 관련 예산은 성과를 점검하여 국익과 연계한 실용적 ODA로 개편했다. 기재부의 민간·국제기구협력차관 예산은 약 5000억원 줄어 올해 예산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외교부의 인도적 지원 예산도 6775억원에서 3315억원으로 정상화 했다.
2026년 예산안을 통해 정부가 구조조정 사업 리스트를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국민이 구체적인 삭감 사업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재정 운용의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된 것이다. 향후에는 각 사업의 삭감·폐지 결정에 어떤 기준과 과학적 근거가 적용되었는지까지 공개된다면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더 크게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절감이 아니라 국민 세금이 어디에 쓰이고 어떤 효과를 내는지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과정으로, 구조조정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이번 구조조정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절감된 재원을 미래 과제에 투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도 단순한 감액을 넘어 성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을 재설계하고, 정기적인 평가와 환류 체계를 강화해 진정한 구조조정을 지속 추진해야 한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질 때 비로소 재정 개혁의 성과가 완성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