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콘스탄차 인근 미하일 코갈니체아누 제57공군기지를 방문해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탑승한 항공기가 러시아 소행으로 추정되는 위성항법시스템(GPS) 신호 교란 공격을 받았다.
또 러시아 정보기관이 원격으로 유럽 각국 현지 범죄자를 매수해 파괴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EU가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을 위한 움직임을 강화하자 러시아가 안보 위협 조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아리아나 포데스타 EU 수석 부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날 불가리아 상공에서 GPS 교란이 발생했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태운 항공기는 불가리아 플로브디프 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고 말했다.
그는 “불가리아 당국으로부터 러시아의 노골적 전파 방해로 의심된다는 정보를 받았다”며 “이번 일은 우리의 방위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흔들림 없는 의지를 한층 더 굳건히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지난달 30일부터 러시아·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동유럽 회원국을 돌며 무기 공동구매를 위한 대출 프로그램을 등 유럽 재무장 계획을 홍보하고 있다.
반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의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유럽이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력을 방해하고 우크라이나의 터무니없는 비타협 노선을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유럽 각국을 대상으로 한 파괴공작에서 새로운 전술을 도입하고 있다.
미 NBC뉴스에 따르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원격으로 현지 범죄자를 매수해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영국 런던 산업지구의 한 창고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이 대표적이다. 불이 난 창고는 우크라이나 물류회사 소유였다.
창고에는 우크라이나군의 필수품인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 장비와 인도주의적 지원 물자가 보관돼 있었다.
이어 10일 후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같은 회사의 창고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 수사당국은 이 사건이 단순 방화가 아님을 인지하고 21세의 영국인 마약상 딜런 얼을 용의자로 체포했다.
얼은 러시아의 용병 단체 ‘와그너 그룹’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포섭됐다는 사실을 자백했다.
러시아 요원은 얼에게 런던의 우크라이나 업체 창고를 불태우는 대가로 8000달러(약 1114만 원)를 약속했다. 보수는 가상화폐로 지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체코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해 6월 콜롬비아 국적의 남성이 프라하 시내버스에 방화한 뒤 체포돼 8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텔레그램으로 러시아 요원의 지시를 받았다. 그는 방화하는 장면을 촬영해 러시아 요원에게 제출했다.
폴란드에서는 러시아가 지난해 5월 대형 쇼핑몰에 방화를 지시했다는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러시아는 이런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런던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영국에 대한 파괴 활동을 벌인 적도 없고, 그럴 의도도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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