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창욱 "'조각도시', '조작된 도시'보다 잘 찍고 싶었다"

디즈니+ 조각 도시 배우 지창욱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디즈니+ '조각 도시' 배우 지창욱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배우 지창욱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각도시'를 통해 다시 한 번 극단의 복수 서사에 선다. 평범한 삶을 살다 하루아침에 살인 누명을 쓰고 모든 것을 잃은 남자 박태중 역을 맡아 분노와 절망, 생존 본능이 뒤엉킨 감정의 궤적을 인물 중심으로 밀도 있게 쌓아 올린다. 

영화 '조작된 도시'에서 출발한 세계관을 시리즈로 확장한 이번 작품에서 지창욱은 억울함에서 복수로 향하는 태중의 변화를 몸과 표정, 리듬으로 설득하며 장르물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입증한다.

"10년 전인 것 같아요. 몇 해 전부터 '조작된 도시'를 시리즈로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었죠. 이건 시리즈로 하면 지금 시대에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안을 감사하게 받아서 대본을 봤고요. 더 잘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고 욕심도 났던 것 같아요. 같은 작품은 아니지만 10년 전에 했던 세계관이라 달라진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기대와 부담이 동시에 있었어요."

지창욱은 박태중이라는 인물을 '영웅'이나 '특별한 존재'가 아닌 지극히 보통의 사람에서 출발하는 인물로 설정했다. 극단적인 상황일수록 관객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출발점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태중은 평범한 사람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평범한 인물이 어떤 사건에 의해 억울한 일을 당하고,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과정이 중요했죠. 얼마나 밑바닥까지 떨어지는지를 보여줄 수 있느냐 그리고 그걸 얼마나 시청자들이 이입해서 따라올 수 있느냐가 첫 번째 숙제였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고 분장이나 조명, 촬영 같은 요소들도 큰 도움이 필요했던 캐릭터였어요."
디즈니+ 조각 도시 배우 지창욱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디즈니+ '조각 도시' 배우 지창욱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지만 '조각도시'의 박태중은 '조작된 도시'의 권유와는 결이 다른 인물이다. 지창욱 역시 두 캐릭터를 단순 비교하기보다 출발점부터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조작된 도시'를 아예 지우고 볼 수는 없었어요. 그런데 읽다 보니 완전히 다른 이야기더라고요. 캐릭터도 다르고요. 제가 권유를 연기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욕심이 났던 것 같아요. 10년 전이잖아요. 조금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1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은 연기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됐다. 지창욱은 당시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단순히 우열로 나누기보다 각 시기의 장점을 인정하며 바라봤다.

"그때 연기와 지금 연기를 비교하면, 오히려 그때가 더 좋은 느낌일 때도 있어요. 나이에서 오는 신선함, 서툴지만 새로운 에너지가 있잖아요. 기술적인 부분은 지금이 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뭐가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고요. 권유는 운동성 있는 인물이었고 백수 한량 같은 출발점이었는데 태중은 성실하게 살아가는 일반인을 대변하는 인물이라 시작부터 완전히 달랐어요."
 
디즈니+ 조각 도시 배우 지창욱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디즈니+ '조각 도시' 배우 지창욱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박태중이라는 인물을 관통하는 정서는 '파괴'보다 '회복'에 가깝다. 지창욱은 태중의 선택과 행동을 복수극의 문법 안에서도 다르게 설정하고자 했다.

"태중은 나무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흙을 만지고 생명을 살리는 사람. 초반에 죽은 식물을 태중이 살려내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태중의 본질이라고 봤어요. 누군가를 죽이거나 처단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 사람이 저지른 죄를 끝까지 죗값으로 치르게 하는 게 태중의 방식 아닐까 생각했죠."

이 복수극의 또 다른 축은 요한(도경수 분)이다. 지창욱은 요한이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작품의 긴장과 밀도를 책임지는 핵심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요한은 태중보다 더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태중이 관객이 따라가야 할 감정선이라면, 요한은 더 미스터리하고 무서워야 하거든요. 현장에서 경수를 보면서 '징그럽다'는 생각도 들고 솔직히 무서울 때도 있었어요. 마지막 액션 신에서 칼을 휘두르는데 눈이 돌아간 것처럼 보일 때가 있었거든요. '진짜 나를 때리면 어떡하지' 싶을 정도였어요."
 
디즈니+ 조각 도시 배우 지창욱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디즈니+ '조각 도시' 배우 지창욱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밑바닥까지 떨어진 인물이 다시 복수를 실행하는 과정은 통쾌함과 동시에 균형이 요구되는 지점이었다. 지창욱 역시 그 균형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만드는 입장에서는 그게 숙제였던 것 같아요. 요한이라는 인물이 심심하게 나오면 안 된다는 점도 중요했고요. 밸런스를 맞추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제 기준에서는 캐릭터성을 지키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아쉬운 점은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그 순간순간 최선은 아니었을까 싶어요."

마흔을 앞둔 시점에서 배우로서 느끼는 불안에 대해서도 그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제가 연기한 모습이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항상 작품을 해요. 불안함을 마주하는 건 숙명이라고 생각하고요. 잘 대처하고 이겨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렸을 때도 일이 없어질까 봐 불안했고, 잊혀질까 봐 무서웠던 적도 있었어요. 나쁜 평가를 듣는 것도 여전히 불안하죠. 다만 지금은 역할의 폭이 오히려 예전보다 넓어졌다고 느껴요. 이건 저뿐만 아니라 선배들도 다 겪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크게 걱정되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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