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IPO 공모가는 어떻게 정해질까…명인제약이 논란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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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기업의 공모가는 흥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기업가치 대비 공모가가 낮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 투자 매력이 커지고 자연히 흥행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하지만 공모가와 관련된 논란은 대부분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면서 벌어집니다. 

기업들은 상장 과정에서 가능한 한 많은 자금을 모으고 싶어하기 마련이지요. 이 과정에서 높은 공모가가 시장을 설득하지 못했을 경우 '뻥튀기 논란'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나치게 낮은 공모가로 이슈가 된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하반기 '대어'로 꼽히는 명인제약인데요. 잇몸질환 치료제 '이가탄'과 변비약 '메이킨Q'로 널리 알려진 알짜 제약기업입니다. 증권신고서를 통해 명인제약의 공모가가 어떻게 책정됐는지, 합리적인 수준인지 확인해볼까요.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는 명인제약이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지난달 21일 접수한 증권신고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명인제약은 오는 9일부터 15일까지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18~19일 이틀 동안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보고서의 'I. 모집 또는 매출에 관한 사항' 하위 항목인 '3. 공모가격 결정방법'에서 기업의 희망 공모가 범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 공모가격 산정 개요'에 따르면 명인제약의 주당 희망공모가액은 4만5000원에서 5만8000원이네요. 이 희망 범위에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최종 확정하게 돼요. 

그렇다면 이러한 희망 범위는 어떻게 산정한 걸까요? 희망 공모가의 주석 3번을 보면 산정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려면 'Ⅳ. 인수인의 의견(분석기관의 평가의견)' - '1. 공모가격에 대한 의견'을 참고하도록 안내하고 있어요. 

안내를 따라 해당 항목을 열어보면 '공모가 산정 요약표'에 평가방법과 평가모형, 적용산식, 적용근거가 표로 정리되어 있어요. 명인제약의 특징은 'EV/EBITDA'를 평가모형으로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EV/EBITDA는 기업가치(EV)를 세전영업이익(EBITDA)로 나눈 값입니다. 

EV/EBITDA가 낮을수록 기업가치에 비해 기업이 얼마나 많은 이익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BITDA는 기업에서 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등을 차감하지 않은 영업이익이기 때문에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과 직결되지요. 

사실 공모가를 산정할 때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평가모형은 EV/EBITDA가 아닌 PER(주가수익비율·Price to Earnings Ratio)입니다. 주가를 주당 순이익(EPS)로 나눈 값으로,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값과 동일합니다. PER을 사용할 경우 평가 기업과 유사한 기업, 동종 산업의 평균 PER을 계산해 이를 평가 기업의 순이익에 역산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할 수 있어요.

그러나 감가상각비가 큰 기업의 경우 PER을 사용하면 정당한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요. 때문에 제약처럼 현재 이익이 적거나 앞으로의 신약 개발 가능성에 따른 성장성이 큰 업종은 PER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오지요. 이렇게 보면 명인제약이 EV/EBITDA 평가모형을 택한 게 일견 타당해보이기도 합니다. 

이견이 생기는 이유는 명인제약의 재무적 특징 때문입니다. 명인제약은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는 만큼 제약 기업임에도 탄탄한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있어요. 감가상각비의 규모가 크지 않고, 30%가 넘는 안정적인 영업이익률과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약 6%의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요. 현금 자산 역시 풍부합니다. 지난해 말 기준 명인제약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규모는 2542억원이에요.

실제로 PER방식으로 명인제약 주당 평가가액(할인율 적용 전)을 산정할 경우 9만1387원으로 EV/EBITDA 방식으로 산정한 가격(8만5573원)보다 7% 가량 높은 값이 나옵니다. 증권신고서에 함께 실린 '참고: PER 평가방법을 통한 상대가치 산출'에서 확인할 수 있지요. 평가방법에 의해 이미 7% 가량 할인율이 적용된 셈인데, 추가로 적용된 할인율도 47.4%~32.2%로 높은 편입니다. 공모가가 낮게 산정됐다는 평가를 받을만 하죠.

시장에서는 명인제약이 공모가를 낮게 책정한 배경에 승계 문제가 있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공모가를 낮게 책정하고 주가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승계 과정에서 상속세를 상당히 절감할 수 있습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보호예수 기간을 6개월로 짧게 설정한 점도 이 같은 추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낮은 공모가가 명인제약의 상장 흥행에 단점으로 작용할까요? 증권가의 의견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한 관계자는 "기업가치에 비해 공모가가 낮다는 건 공모주 흥행 측면에서는 무조건 플러스 요인"이라며 "상장 첫날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청약을 희망하는 투자자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업이 공모가 희망 범위를 낮게 책정할 수는 있지만, 상장 후 주가 흐름은 시장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지요. 10월 중 코스피 시장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명인제약이 예상대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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