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내 장비 반입 통제를 강화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미국 광섬유 기업들에 최대 78%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북·중·러 정상이 모여 '반미' 결속을 다진 중국 전승절 열병식 이후 남아 있던 미·중 간 갈등의 불씨가 다시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산 비분산형 단일 모듈 광섬유에 부과했던 반덤핑 관세를 차단파장 이동형 단일 모듈 광섬유로 확대한다고 3일 밝혔다. 관세율은 37.9%~78.2%로, 기업별로 차등 적용되며 4일부터 부과됐다. 이는 중국이 코닝·OFS피텔 등 미국 광섬유 기업에 대해 관세 우회 방지 조사에 착수한 지 6개월 만에 나온 조치다.
중국은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10+10% 관세 인상'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산 일부 농축산물에 대한 보복 관세, '신뢰할 수 없는 기업' 추가 등의 조치와 함께 미국의 비분산형 단일 모듈 광섬유 기업들에 대해 우회 방지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2011년 4월부터 미국산 비분산형 단일 모듈 광섬유에 반덤핑 관세를 물려왔다. 광섬유는 통신업계에서 주로 사용되는 소재로 중국은 세계 최대 수입시장 중 하나다.
특히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한 직후 나온 것으로 미국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미 상무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인텔이 중국 내 생산 시설에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반입할 때 일일이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도록 한 포괄 허가를 폐지한다고 밝혔는데, 2일 TSMC에도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에버코어ISI의 네오 왕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조치는 미국이 자국 기술이 포함된 반도체 장비를 개별 허가 없이 중국에 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 조치를 철회한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면서 "무역 협상을 위해서는 상호 신뢰를 훼손하고 협상 분위기를 망치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점을 미국에 상기시키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관세 전쟁 휴전 합의로 일시적으로 진정됐던 미·중 간 갈등이 재고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더구나 3일 열린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왼쪽에 김정은 위원장, 오른쪽에 푸틴 대통령이 나란히 자리하며 북·중·러가 반미 결속을 다지는 장면이 연출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반미모의"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전승절 직후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미국인을 상대로 한 합성 오피오이드 제조 및 판매에 관여한 혐의로 중국 화학업체 광저우 텅웨와 이 회사 대표자 2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합성 오피오이드는 미국 내 최대 사회문제로 떠오른 '좀비마약' 펜타닐의 원료 중 하나다. 미국은 중국이 미국에 펜타닐 원료를 공급한다며 중국에 대해 기본 관세 10%에 더해 일명 '펜타닐 관세' 20%를 부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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