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 사임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이에 이시바 총리는 지난해 10월 총리 취임 이후 불과 1년 만에 물러나게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 총재이기도 한 이시바 총리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관세협상을 마무리한 지금이 적절한 퇴진 시기라며 사임 이유를 설명했다. 이시바 총리는 8일 당 소속 의원 295명과 지방조직 대표 47명 등 총 342명을 대상으로 조기 총재 선거 실시 여부를 묻는 절차가 시작되기 전에 거취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 총리는 작년 10월 치러진 중의원(하원) 선거와 지난 7월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잇따라 패배한 가운데 지도력에 타격을 입었다. 자민당이 양원 모두에서 소수 여당으로 전락한 것은 1955년 이후 70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는 당내에서 거세지는 퇴진 압박 속에서도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의욕을 거듭 내비쳐 왔다.
그러나 조기 총재 선거를 앞두고 투표자 342명의 과반에 가까운 160여명이 찬성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시바 총리가 퇴임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매체들은 전했다. 또한 양원 총회 직후 모리야마 히로시 간사장을 비롯한 당 사무총국 4역이 일제히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권 운영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8일에 의원들의 의사를 확인하면 당이 분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6일 밤 이시바 총리의 측근인 스가 요시히데 부총재와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이시바 총리에게 조기 퇴진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닛케이는 참의원 선거 참패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물가·관세 등 정책 과제에서 일정 성과를 낸 것을 계기로 정권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시바 총리는 참의원 선거 직후 “정치적 공백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미·일 관세 협상 진행을 이유로 총리직 유지를 주장해왔다.
앞서 미·일 양국은 7월 22일 무역 협상에 합의했고, 지난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산 자동차 관세 인하를 포함한 합의 이행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긴 협상 과정을 일단락했다.
또한 닛케이는 이시바 총리의 당내 기반이 약했던 점도 퇴진 압력에 저항하지 못한 배경으로 거론했다.
이시바 총리의 사임으로 자민당은 차기 총재 선출 절차에 돌입하게 됐다. 차기 자민당 총재 유력 후보로는 고이즈미 농림수산상,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거론된다.
두 사람은 일본 주요 언론의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 선두권을 유지해 왔다.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결선에 진출했으나 이시바 총리에게 패했고,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1차 투표에서 3위에 머물렀다. 이외에도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등도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통상 다수당 대표가 총리에 오른다. 현재 중·참의원 모두에서 자민당이 제1당이지만, 이시바 총리 취임 이후 잇단 선거 패배로 여소야대 국면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야당이 결집하면 정권 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지난해 중의원 선거 직후 총리 지명 투표에서처럼 야당이 분열할 경우 새 자민당 총재가 총리가 될 수 있다. 이에 블룸버그통신은 자민당이 이시바 총리의 후임을 선택할 때까지 앞으로 수주간 일본 금융시장 내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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