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를 대신해 금융감독 기능을 전담하는 금융감독위원회가 신설되고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처가 민간기구에서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되는 대규모 조직 개편안이 확정됐다. 이번 개편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세부 조직 구성과 업무 분장 등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안을 발표하고 정부조직법, 금감위설치법 개정안을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사실상 조직개편을 위한 첫 단계인 셈인데 국민의힘은 조직개편에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시작부터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금감위설치법이 개정돼야 하는데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다. 윤 위원장이 심사 일정을 늦추면 본회의 동시 상정이 구조적으로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끝까지 협조하지 않으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방식으로 강행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야당 합의 없이 내년 4월께 금감위설치법 처리가 가능해진다. 다만 정부에서는 금감위 신설 시기를 내년 1월 2일로 예상하고 있어 금융 정책에 혼란이 불가피하게 된다.
개편안이 통과되더라도 업무 분장과 세부 권한 배분 사항 등 시행 전까지 논의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 당장 업무 권한을 나누기 위한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 금융위에서 재정경제부로 이관되는 국내 금융정책 분야는 손질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금융권 핵심 법안으로 분류되는 업권법, 지배구조법, 소비자보호법 등은 애초 정책보다 인허가·제재 등 감독에 맞춰져 있어서다.
문제는 감독 집행 기구인 금감원·금소원의 역할 분류다. 금융사고 원인은 건전성·영업행위 등 복합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를 금융사의 경영 전략·건전성을 주로 보는 금감원이 검사해야 할지, 영업행위를 주로 보는 금소원이 해야 할지 명확한 법 체계가 없다.
행안부에서는 "일단 업무 설정을 하고 모호한 경우에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해서 중복 감독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안에 따라 권한 싸움, 혹은 떠넘기기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정책과 감독 집행이 완전히 분리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당국 간 정교한 설계 없이는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금감위의 구체적인 조직 규모와 인력 배치 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직원 이관 문제도 남아 있다. 현재 금융위 인원(320여 명) 중 50명 남짓한 인원만 남아 금감원·금소원을 관리·감독할 것이란 부정론과 150명 이상 자리를 지킬 것이란 기대론이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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