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산재그늘] 공공기관 산재 책임 강화에도…현장선 '보여주기식' 우려

  • 정부, 경영평가서 안전분야 비중 대폭 상향키로

  • 한전·도로공사·LH 등 사고 다발 기관 타격 불가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기획재정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기획재정부]

정부가 기관장 해임 규정 손질과 안전 평가 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자칫 보여주기식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력·시설 재정비 등 구조적인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1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중대재해에 책임이 있는 공공기관장을 즉시 해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 공공기관이 안전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관련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공공기관의 안전 경영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법령 정비와 안전 관련 경영평가 강화를 보고했다. 경영평가에서 안전 분야 심사 비중을 현재 0.5점에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산재 관련 공시도 연 1회에서 분기별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현행 공공기관운영법상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기관장은 통상 다음 해 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 D·E등급을 받아야 해임된다. 이 때문에 사고와 해임 사이에 최소 1년 이상 시차가 발생하고, 임기가 3년인 점을 고려하면 책임 추궁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러한 제도적 허점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기관장 책임 규정을 손질한다는 방침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공공기관은 효율성에만 치중해 안전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경영진 인식부터 바꿔 변화가 기관 전체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조치로 안전 관리가 부실했던 기관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사망사고를 낸 한국전력공사(33명), 한국도로공사(30명), 한국토지주택공사(29명)는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각각 A·B·B등급을 받았지만 향후 안전 분야 비중 확대에 따라 등급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또 기관별 산재 사망자 수 공시를 부상자까지 포함해 분기별로 확대하고 위험 작업 시 6개월 미만 신규 직원 배제, 2인 1조 근무 원칙 준수 여부에 대한 실태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안전 인력 채용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인공지능(AI) CCTV와 드론 등 첨단 기술 도입도 독려하기로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공공기관은 가장 큰 통제 수단이 경영평가인데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 인센티브가 줄고 기관장 평가에도 반영돼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공공기관 운영 체계 재편 과정에서 안전 이슈가 제대로 반영돼야 하며 과도기에도 관리가 흔들리지 않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영평가 개편이나 기관장 해임 등 책임 강화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장 개선과 안전 인력 충원이 병행돼야 실질적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경영평가는 기관장뿐 아니라 전체 직원에게도 파급력이 크지만 배점과 평가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한계가 있다”며 “단순히 직원들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력과 시설에 대한 재정비, 위험 요인 제거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며 “형식적 대응으로도 점수를 딸 수 있는 구조라면 결국 보여주기식에 그칠 수 있어 안전 확보 노력을 평가에 어떻게 반영할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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