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기업들의 고용이 급감하고 해고가 잇따르면서 노동시장 성장세가 사실상 멈췄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기업 관계자들을 인용해 최근 몇 달간 제조업, 도소매업, 에너지업 등 분야에서 일자리가 감소했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으로 비용과 불확실성이 상승하며 사업 확장에 나서기 어렵게 된 탓이 크다고 보도했다.
일례로 오하이오주 애크런에 있는 페달 제조업체 어스퀘이커 디바이시스의 줄리 로빈스 최고경영자(CEO)는 “관세는 우리와 같은 미국 제조업체들에게 아무런 이점도 없다. 오히려 고용과 성장 능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 증가 대응을 위해 현재 임직원 35명인 회사에서 3~4명을 추가로 채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실제로는 사실상 채용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로빈스 CEO는 정책의 안정성과 비용의 예측 가능성 없이는 직원을 채용하거나 사업을 확장할 수 없다며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FT에 말했다.
이같은 기업들의 이익 감소는 고용 위축으로 직결된다. 기업들이 비용 부담에 인력을 동결 혹은 감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일 발표된 미국 8월 비농업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신규 취업자 수는 2만 2000명에 그치면서 미국 기업들의 고용 성장세 둔화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특히 제조업 부문에서 1만 2000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올해 들어 현재까지 7만 8000명이 실직했다.
FT는 최근 미 노동통계국(BLS)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부터 노동시장이 둔화되기 시작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기준 최근 1년간의 고용 증가 규모는 당초 예상치보다 약 100만 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와중에 트럼프발 관세 여파까지 겹치면서 고용 시장이 더욱 위축됐다는 진단이다.
이에 그동안 금리 인하에 신중했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이달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일자리 증가세 둔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며 금리 인하를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로 인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려는 회사들이 미국 내 자본투자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고용이 급증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다수 기업 관계자들은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채용과 투자를 유보하고 있다. 미국 금속 가공 업체 와이오밍 머신의 트레이시 티파니 CEO는 “관세율의 변동성과 정책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직원이 퇴사하더라도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투자 확대를 약속했던 석유·가스 산업 역시 관세 정책의 여파로 큰 타격을 입었다. 석유업계는 관세 인상과 철강과 장비 가격 상승으로 이중고를 겪으면서 올해 들어 최소 4000명 이상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부 기업인들은 관세가 장기적으로 미국 내 산업을 보호하고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패션 계약 제조업체 뉴욕 자수 스튜디오의 창립자 미셸 파인버그는 “약 300명 정도의 인력을 감축하고 공정을 자동화할 계획이지만, 전반적으로 국내 제조업을 위한 정책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 미국이 제조업을 외면했고,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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