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 물가 비상] [르포] "장보기 겁나요" 추석 앞두고 소비자도, 소상공인도 한숨

  • 청량리·마천시장, 손님 발길은 이어져도 지갑은 닫혀

  • 배추 1포기 7015원…6월 대비 두 배 넘게 급등세

  • 정부, 유통비용 10% 절감 추진…현장선 회의론도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전통시장에서 청과 상인이 과일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홍승완 기자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전통시장에서 청과 상인이 과일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홍승완 기자]

"지금부터 사과 한 바구니가 8000원입니다, 8000원!"

지난 16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전통시장에서 한 청과 상인은 골판지 상자에 적힌 '1만원' 가격표에 줄을 그어내며 이같이 외쳤다. 가격을 낮춰 불러도 고개만 슬쩍 돌릴 뿐 발걸음을 멈춰 청과물을 고르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 

인근 채소 가게도 사정은 비슷했다. 쪽파 한 단을 들었다 놨다 하던 70대 손님은 "오늘은 상품 상태와 가격만 보러 왔다"며 "추석까지 아직 2주 정도 남아 채소 가격이 조금이라도 내려갈지 두고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50대 주부는 "이번 추석 차례상 비용이 예년보다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쌀값이나 식료품 가격이 높아 예산에서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줄이려 한다”며 “매년 폭염이나 폭우로 농수산물 가격이 들쑥날쑥한데 올해도 상황이 비슷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청량리 전통시장 한 과일가게에서는 특품 기준 사과와 배를 각각 8000원, 6000원에 팔고 있었다.

명절 대목을 앞둔 상인들 속내는 복잡하다. 한 청과 상인은 "손님 발길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지갑을 여는 손님은 드물다. 그만큼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다는 얘기"라면서도 "다음 주 월요일부터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이 시작되는데 1차 쿠폰 지급 당시 시장을 찾은 손님이 많았던 만큼 소비 쿠폰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물가 안정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릉 지역 폭염과 가뭄으로 강원도 고랭지에서 생산되는 배추와 감자 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배추 1포기 평균 소매가격은 이달 12일 기준 7015원으로 전월(6852원) 대비 2.3% 상승했다. 6월(3327원)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뛴 수치다.

 
서울 송파구 마천중앙시장에서 한 손님이 떡을 구매하는 모습 사진홍승완 기자
서울 송파구 마천중앙시장에서 한 손님이 떡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홍승완 기자]

송파구 마천중앙시장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곳에서 만난 40대 주부는 "고물가 상황이다 보니 농산물 원산지보다 가격표에 먼저 눈길이 가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일부 가게는 가격표를 아예 적어두지 않았을 정도다. 가격을 보고 손님이 둘러보지도 않을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인근 상인은 귀띔했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이 높은 배경으로 유통비용을 지목하고 있다. 이에 2030년까지 농산물 유통비용을 10%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정부는 온라인 직거래 중심으로 구조를 개편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장 목소리는 엇갈린다. 소비자들은 "그간 유통 단계가 많아 가격이 높아진 만큼 구조가 단순해지면 장바구니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며 반기지만 상인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한 상인은 "농산물은 현금 거래가 많고 유통 경로도 복잡해 구조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저장·냉장·운송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직거래 활성화를 추진하면 상품성이 불균일해지고 운송 중 손실이 커질 수 있어 배추나 무처럼 신선도가 중요한 품목은 산지 직송이 오히려 품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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