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부는 잠시도 쉬지 않고 내란 종식, 내란 척결을 외치고 있다. 윤석열은 이미 탄핵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구치소에 수감돼 최고 사형이 선고될 수도 있는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 사이 정권이 민주당 쪽으로 바뀌어 완전 딴 세상이 됐다. 그런데도 내란 종식과 척결을 외치는 민주당을 보면 아직도 내란이 진압되지 않고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과연 그런가? 민주당이 내란 종식과 척결에 빠져 있는 사이 정작 종식되고 척결되다시피한 것은 우리의 정치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8월 2일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 국민의힘을 정치 파트너로 보지 않는다는 말을 쏟아냈다. “헌법을 파괴하고 실제로 사람을 죽이려고 한 데 대한 사과와 반성이 먼지 있지 않고서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이며 여·야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내란 추종 세력들이 있는 한 협치는 없다. 내란 정당 해산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급속도로 높아질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선출됐을 때는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신임 제1야당 대표와 의례적인 악수조차 하길 거부했다. 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여야 대표 회담에서 장 대표와 악수를 했으나 그때뿐이었다. 하루 뒤인 지난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또다시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몰고갔다.
제1야당 대표와 악수도 거부
그는 이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내란과 절연하라. 내란의 늪에서 빠져나오라”며 “국민에게 우리가 잘못했다라고 진정 어린 사과를 하라”고 주장했다. 반발하는 국민의힘 의원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언제까지 내란당의 오명을 끌어안고 사시려느냐. 이번에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 정당 해산 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내란’을 26번, ‘청산’을 19번 언급했다. ‘협치’나 ‘상생’은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내란 종식과 척결과 청산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두 가지 차원에서 볼 수 있다. 법적 차원과 정치적 차원이다. 법적 차원의 종식은 내란 관련자들을 수사와 재판을 거쳐 처벌하는 것이다. 공수처에 이어 내란 특검이 윤석열을 비롯한 내란죄 혐의자들을 수사하고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재판에서 윤석열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그는 최고 사형까지 받을 수 있다. 전 국방부 장관 김용현,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 기타 군·경 지휘부 인사도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가 인정되면 역시 최고 사형을 받을 수 있다.
내란의 법적 종식과 척결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들이 내란죄로 처벌을 받게 돼야 법적 차원의 내란 척결이 끝난다. 특검은 이들이 엄중한 처벌을 받도록 유죄 입증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게 내란을 법적으로 종식하고 척결하는 길이다. 내란 행위에 대한 법적인 단죄가 최대한 엄정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민주당이 법적 차원의 내란 종식과 척결을 외친다면 이를 반대할 명분은 없다.
그러나 정치적 차원의 종식과 척결은 다르다. 그것은 선거를 통한 국민 심판으로 이뤄진다. 국민은 지난 6월 대선에서 이미 심판을 내렸다. 대선 기간 중 민주당은 내란 심판과 정권 교체를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국정 방해 심판과 정권 연장을 주장했다.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49.42%,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 41.15%의 지지를 보내 이재명 후보를 선택했다. 국민들은 이재명 후보가 이끌었던 민주당의 국정 방해보다 국민의힘 소속인 윤석열의 비상 계엄 선포에 더 무거운 책임을 물었다. 정권을 국민의힘에서 빼앗아 민주당에 맡겼다. 이로써 내란의 정치적 종식을 매듭지은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내란 세력, 내란 정당이라고 공격한다. 그러나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대선에서 41%를 얻었다. 그 의미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국민의힘에 윤석열 내란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서도 국민의힘이 야당으로서 존재하고 역할을 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정청래 대표 주장대로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이고 해산해야 할 정당이라면 국민이 41%나 되는 지지를 보냈겠는가.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국민’이 아니라고 할 텐가?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던진 민주당 지지자들과 똑같이 김문수 후보에게 표를 던진 국민의힘 지지자들도 국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 최고 권력은 국민·국민 주권”이라고 했다. 그 최고 권력인 국민의 41%가 국민의힘을 지지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해산해야 할 정당이라고 할 수 있나?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여·야 관계’가 아니라고 할 수 있나?
정권 교체로 내란 정치적 종식 끝나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내란에 대해 사과와 반성을 하라고 주장한다. 국민의힘이 자기 당 소속 대통령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반성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국민의힘이 스스로 판단해서 할 일이다.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이미 심판을 받았지만 그러면서도 야당으로서의 존재 필요성을 인정받은 이상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사과와 반성을 강요할 권리는 없다.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사전에 알고 묵인 또는 방치한 것도 아니고 공모한 것은 더욱 아니다. 국민의힘이 국민 뜻과 다른 행동을 한다면 나중에 선거에서 심판받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방해하려 했다고도 주장한다. 내란 특검이 이를 수사중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정치적 공세로는 할 수 있어도, 정당한 또는 합리적인 주장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헌법 제77조 ⑤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할 수도 있고 요구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요구하더라도 찬성자가 과반수에 이르지 않으면 부결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다시 말하면 계엄 해제 요구 여부와 찬성 여부는 국회의원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할 일이라는 뜻이다. 국회의원이 비상계엄 해제를 반드시 요구해야 한다거나, 해제 요구에 반드시 찬성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다면 설사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가 국회 표결 요구에 협조하지 않으려 했다고 해도 그걸 법적으로 문제 삼긴 어렵다. 다만 국민의힘은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질 뿐이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에 불참하거나 탄핵 소추에 반대했다. 이는 비상계엄 직후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대선 기간 중 이런 사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에 공방도 치열하게 벌어졌다. 국민들은 이 모든 과정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투표를 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투표 결과가 이재명 후보 49%, 김문수 후보 41%이다. 김 후보의 득표율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계엄 선포 당시 한 행동에 대한 심판의 의미까지 들어 있다. 국민이 심판한 이상 민주당이 사과와 반성을 요구할 위치에 있지는 않다.
'대선 41% 국민의힘 지지' 의미 새겨야

민주당 정부가 내란 종식과 척결에 몰두하는 사이 정치는 실종되고 말았다. 민주당의 여·야 합의 파괴가 그 단적인 예이다. 민주당은 내란 등 3대 특검의 수사 범위, 기간, 인력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내란 특검법 개정을 놓고 모처럼 국민의힘과 합의를 이뤘다. 민주당이 국민의힘 요구를 받아들여 기간 연장은 하지 않고 인력 증원은 최소화하는 대신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에 협조하기로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했다. 그런데 정청래 대표가 합의 발표 14시간 만에 합의를 취소하고 말았다. 민주당 강성 당원과 지지자들이 반발해서였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이 합의를 비판했다. “정부 조직법을 개편하는 것과 내란 진실 규명은 맞바꿀 수 없다. 그건 타협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내란 진실을 규명해 책임을 묻는 것은 민주공화국 근본에 관한 문제인데 (정부 조직 개편과) 어떻게 맞바꾸느냐”고 했다. 그러나 내란 특검 기간이나 인력을 늘리거나 확대하지 않는다고 해서 특검 수사에 큰 차질이 생길 상황은 아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과 중요 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국방부·행안부 장관과 군·경 지휘부 인사들은 이미 기소됐다. 범죄 혐의도 이미 다 드러났다. 추가로 더 조사할 게 뭐가 있겠는가. 내란 진실 규명 자체를 반대한다면 민주공화국 근본에 관한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타협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민주당의 여·야 합의 취소는 ‘내란 척결’ 앞에서는 정상적인 정치가 작동할 여지가 없음을 보여준다. 민주당은 내란 척결을 내세워 내란 특별재판부 구성을 주장하고 이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대법원장 사퇴를 주장한다. 내란 종식과 척결에 빠져 있다 보니 헌법적으로 무리한 주장을 서슴지 않는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내란 동조 의혹 등이 있다며 법사위 야당 측 간사 보임을 막았다. 우리 정치사에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모든 정치 파행이 내란 종식과 척결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지고 있다.
정권 교체로 내란은 이미 종식됐다. 그런데 언제까지 '내란 종식'인가?국민의힘이 내란 사태와 관련해 국민 뜻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또 심판을 받게 된다. 그게 민주주의 원리다. 대선에서 41% 지지를 얻은 국민의힘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도 민주주의 원리다. 그럼에도 민주당 정부가 내란 종식만 외친다면 ‘내란 프레임’으로 제1야당을 공격하려는 정략으로 비칠 뿐이다. 국민은 이에 대해서도 다음 선거에서 심판할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정치학과·대학원 정치학 석사 ▶조선일보 논설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 ▶원주 한라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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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g**** 2025-09-17 14:43:28이 기사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41%의 국민이 국민의힘을 지지했습니다. 그 국민들의 뜻을 외면하면서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몰아가는 것은 결국 41%의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이제 정치적 공세를 멈추고 법적 판단은 사법부에 맡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