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빠의 핀스토리] 저신용자가 더 싼 대출금리?…정치권 논리에 금융권은 '글쎄'

  • 금융권 "시장 훼손·도덕적 헤이 키울뿐"

  • 법정 최고금리 낮추려면 여론 조성…대출절벽 키워, 불법사금융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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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서민금융을 둘러싼 대출금리 논란이 정치권 전면전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여당과 정부가 “고신용자가 조금 더 부담해 저신용자를 지원해야 한다”는 구상을 내놓자, 야당은 “신용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발상”이라며 정면 반박했습니다. 금융권은 “정치적 구호가 시장 원리를 위협한다”며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여당 "경제 정의" vs 야당 "신용 질서" 정면충돌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최저신용자 대출금리 15.9%를 두고 “고리대금과 다를 바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고신용자들이 초저금리로 대출받는 구조에서 0.1%포인트만 더 부담하게 하고, 그 재원으로 저신용자에게 더 싼 금리를 적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사실상 금융기관의 이익 일부를 사회적 약자 지원에 활용하자는 ‘내부 교차보조’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전날 즉각 호응했습니다. 그는 “저신용·저소득일수록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지금의 금융 구조는 역설적”이라며 이자율 제한 강화, 금융기관 공동기금 마련, 인터넷전문은행 의무 확대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야권은 곧장 반박에 나섰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고신용자가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 것은 위험이 낮기 때문이지 특혜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경제 몰이해 때문에 성실한 사람들이 손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약속을 지키면 벌을 받고, 어기면 보상받는다면 누가 힘들게 신용을 지키려 하겠느냐”며 신용사회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번 논란의 축은 뚜렷합니다. 여당과 정부는 경제 정의를 내세우며 고신용자의 이자 일부로 저신용자를 돕자는 구상을 꺼내들었습니다. 반면 야당은 ‘신용 질서’를 강조하며 성실하게 신용을 관리한 사람에게 벌을 주는 꼴이라고 맞섰습니다.
금융권 "도덕적 해이 키운다"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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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정치권의 공방을 바라보는 금융권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도가 높아질수록 대출 금리가 내려가는 것은 은행 신용정책의 기본”이라며 “이를 정치적 구호로 뒤흔든다면 도덕적 해이만 키울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현실적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출 가산금리와 관련해 연간 3조원 이상의 비용을 금융사가 떠안고 있는데, 여기에 정부 추진 교육세율 인상(1조원 초과 수익 구간 세율 0.5%→1.0%)까지 겹치면 이중고가 불가피합니다. 금융권은 이번 논의가 단순 발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법안과 제도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권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대출 절벽’입니다. 위험에 맞는 금리를 받지 못한다면 은행은 저신용자 대출을 줄이거나 거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신용자 지원을 내세운 정책이 오히려 더 많은 차주를 불법사금융으로 내모는 역설을 낳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움직임을 두고 결국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위한 여론 조성이라는 해석도 내놓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법정 최고금리 추가 인하를 공약에 포함할 지를 두고 고심한 바 있습니다. 민주당 역시 이미 법정 최고금리를 연 15%로 내리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실제로 2021년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로 낮췄을 때 결과는 기대와 달랐습니다. 대부업 이용자는 2021년 말 112만 명에서 작년 말 70만8000명으로 줄었습니다. 제도권 대출이 막히자 상당수 저신용자가 연 500% 금리에 넘는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렸습니다. 지난해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는 전년 대비 12% 증가했습니다. 서민 부담 완화를 내세운 정책이 오히려 제도권 밖으로 밀어내는 칼날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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