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청소년 SNS 사용 규제 강화하는데…한국선 논의 '지지부진'

  • 호주에 이어 EU도 미성년 SNS 사용 금지 법제화 움직임

  • 한국 관련 법안 국회서 지난해 발의…이후 별다른 진전 없어

  • 대다수 국가 호의적…표현의 자유 침해 등 과도한 규제 비판도

SNS 중독 관련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SNS 중독 관련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 각국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을 제한하는 법제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관련 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청소년 보호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규제가 자칫 표현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9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동·청소년의 과도한 SNS 이용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에서 SNS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호주에서는 12월부터 부모 동의와 상관없이 미성년자의 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시행된다. 16세 미만 청소년이 SNS 계정을 만들면 해당 플랫폼에 최대 450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최근 EU는 호주의 입법 동향을 살피면서 미성년자 SNS 사용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 그간 SNS 연령 제한 법제화에 대해선 소극적 입장이었지만, 최근 부정적 영향이 심해지면서 EU 차원에서 규제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연례 정책연설에서 "미성년자의 SNS 금지법을 도입한 호주 사례는 선구적"이라면서, "유럽에서 다음 단계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호주의 정책 이행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지만, 외국과 비교해 다소 약한 편이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의 SNS 가입을 금지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했다. 만 16세 미만의 SNS 하루 이용한도를 설정하고, 알고리즘 허용에 대해 부모 확인을 받도록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조정훈 국민의힘 대표 발의)도 올라와 있다. 모두 지난해 발의 됐지만, 이후 국회에선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법제화 동향에 여론은 호의적이다. 영국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따르면, 조사대상 30개국 중 응답자의 약 70%가 만 14세 이하 아동·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금지하는 입법에 찬성했다. 국가별로 보면 △프랑스 80% △인도네시아 79% △인도 73% △호주 71% △영국 63% △브라질 60% △미국 60% △한국 57% △일본 52% 등 대다수 국가에서 찬성 비율이 높았다. 다만, 독일은 찬성 40%로, 규제법안 반대 여론이 더 많았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SNS 연령 제한 조치가 오히려 더 은밀하게 SNS를 이용하게 하는 등 의도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SNS를 통한 정보 습득, 교육, 정서적 교류 등 SNS의 긍정적 영향은 무시하고, SNS의 해악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도 부족한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도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소유하는 메타는 호주 법안에 대해 "성급하게 이뤄진 호주의 입법에 대해 우려스럽다"면서 "이 입법을 뒷받침하는 과학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구글의 경우 SNS 금지법을 추진 중인 호주 정부를 대상으로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며 법적 대응까지 검토 중이다.

이렇듯 국내에서도 법 제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법의 실효성은 물론, 산업계에 불합리한 규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내에서 일정 연령의 게임 이용을 제한한 '게임 셧다운' 제도는 각종 논란에 부딪혀 10년 만에 폐지된 바 있다.

최진응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특정 연령대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소셜미디어 규제는 청소년의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기타 여러 기본권을 크게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면서 "SNS 이용 금지 규정을 신설하려면, 금지의 대상이 되는 연령대의 적정성, 이용이 금지되는 서비스 영역 등 다양한 차원에서 아동·청소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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