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초고령사회, 안전 위해 제도·보험 동행 필요

천지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천지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지난해 7월 시청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가해 운전자가 68세 고령자였던 사실이 알려지며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그가 버스 기사 경력을 지닌 운전자였다는 점은 나이가 운전 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이후 급발진 사고가 언급될 때마다 시청역 사고가 회자되며 고령 운전자의 안전 문제는 사회적 의제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중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고령화율은 2040년 34%, 2050년 4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구조 변화는 도로 위에도 반영된다. 운전면허 소지자 중 고령자 비중은 2019년 10%에서 2023년 14%로 늘었고, 같은 기간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에서 20%로 뛰었다. 전체 사고 건수는 줄었지만 고령 운전자 사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고 양상도 변하고 있다. 연령별 사고율은 U자 형태를 보이며, 20세 이하 초보 운전자와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높다. 젊은 층은 경험 축적으로 사고율을 줄일 수 있지만 고령층은 신체·인지 기능 저하로 위험이 누적된다. 실제로 고령 운전자의 면허소지자당 사고 건수는 전체 평균보다 약 45% 높다. 보험 데이터에서도 고령자일수록 편차가 크고, 특히 거주지를 벗어난 지역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 규모가 확대된다. 단순한 빈도를 넘어 사고의 결과 역시 고령화 영향을 받는 것이다.

이에 사회적 대비가 절실하다. 먼저 운전면허 관리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65세 이상 5년, 75세 이상 3년 주기로 면허를 갱신하고 있으나 일본·영국은 70세 전후를 기준으로 더 촘촘히 적용한다. 비용 대비 효과가 문제라면 경찰·의료 시스템과 연계를 통해 위험 운전자를 조기에 식별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메릴랜드주는 경찰이 위험 운전자를 의료자문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75세 이상 운전자 중 80%가 면허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연구도 있다. 우리도 법규 위반, 건강검진 결과 등을 면허 관리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첨단안전장치 보급 확대도 필요하다. 최근 급발진 의심 사고 운전자의 평균 연령은 60대 초·중반이며 이 중 80~90%가 페달 오조작으로 판정됐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는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사고를 최대 63%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비상자동제동장치 장착 차량만 운전 가능한 조건부 면허를 도입해 고령자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도 신차 의무화에서 나아가 기존 차량에도 관련 장치 보급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자동차보험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보험은 모든 운전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제도이자 안전 운전 행태를 유도할 수 있는 장치다. 현재 보험사들은 차선이탈경보장치, 자동긴급제동장치에 보험료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 운전자에게 특히 중요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는 제외돼 있다. 할인 항목에 포함한다면 제도적 노력과 결합해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연령 구간을 세분화한 요율 체계나 일정 연령 이후 야간 운전을 제한하는 맞춤형 상품도 검토할 만하다.

고령 운전자 문제는 개인의 안전을 넘어 사회 전체 비용과 직결된다. 2022년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GDP 대비 1.2%에 달했고 고령자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지금, 교통 제도와 보험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제도는 안전망을 강화하고, 보험은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도로의 안전과 보험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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