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금융 해킹사태 청문한다더니…KT 망신주기에만 급급했던 국회

  • 통신3사·롯데카드·MBK파트너스 불러 놓고 KT에만 질의 집중

  • 해킹 근본적인 사태 파악 대신 KT 서버 폐기, 신고 지연 의혹만 제기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통신·금융 대규모 해킹사고에 대한 청문회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통신·금융 대규모 해킹사고 관련 청문회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연이어 발생한 통신·금융 대규모 해킹사고에 대해 종합진단을 하겠다며 청문회를 열어 놓고 KT 망신주기에만 급급해 빈축을 사고 있다. 

24일 국회 과방위는 KT와 롯데카드를 대상으로 통신·금융 대규모 해킹사고 청문회를 열었다. 이날 청문회에는 김영섭 KT 대표와 홍관희 LG유플러스 CISO(최고정보보호책임자), 이종현 SK텔레콤 부사장,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 윤종하 MBK파트너스 부회장 등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청문회 시작부터 여야 할 것 없이 과방위원들은 KT가 고의로 서버를 폐기하고 신고를 지연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정상 패턴을 9월 4일 처음 발견했는데 KISA에는 '이상 징후가 없다'고 허위 보고했다"며 "피해자 수는 278명에서 362명으로 급증했고, 피해 지역도 계속 늘었는데 이는 사실을 은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KT의 초기 신고 내용이 다섯 번이나 바뀌었다. 국민 다수가 믿지 못하고 있는데 과기정통부가 이를 해소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에 김영섭 대표는 "당시에는 개인정보 침해가 아니라 스미싱으로 판단하고 있었다"면서 "당시에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국회는 초소형 기지국(펨토셀) 관리 부실을 이번 소액 결제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관리 부실이 맞다"며 "설치 후 접속 중단이나 위치 변경 시 모니터링을 해야 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과방위원들은 김영섭 KT 대표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사퇴 압박에 나섰다. 황 의원은 "이번 사태가 끝난 뒤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하지 않느냐"며 "대표는 책임을 지는 자리인데 추가 위증 사례가 나오면 사퇴하겠다고 말하라"고 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역시 "금전적 피해가 발생한 만큼 KT 사태는 롯데카드보다 심각하다. 연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KT 해킹 사태와 관련해 서버 파기·신고 지연에 고의성이 드러나면 경찰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KT 서버 폐기와 신고 지연에 고의성이 있는지 여부를 파악 중이며 필요시 경찰 수사 의뢰 등 강력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KT에 대해 과방위원들이 날 선 공격을 이어갔지만 함께 참석한 SK텔레콤, LG유플러스, 롯데카드 경영진에게 질문하는 의원들은 없었다. 해킹 사건에 대한 종합 청문을 하겠다며 기업인들을 불러 놓고 KT 망신주기, 대표이사 사퇴 종용, 압박만 거듭하며 해킹 사태 대신 정치 청문으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롯데카드는 정무위원회에서 따로 다룰 예정"이라며 "오전 내로 질의를 끝내라"고 말했다. 의원들은 롯데카드 측에 "카드 재발급이 왜 지연되고 있는가" "롯데카드 지분은 어떻게 되나" 등 해킹과는 전혀 관련 없는 질문만 이어갔다. 

SK텔레콤에 대해서는 KT의 펨토셀 관리 부실을 지적하기 위해 비교 대상으로 질의한 게 다였다. 홍관희 LG유플러스 CISO에게는 아예 질의가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명목은 국가 기간망이라고 하는 통신·금융에서 연이어 해킹사고가 발생해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청문회였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KT 대표 망신주기에 그쳤다"며 "KT에 대해 잘못을 지적하는 것도 좋지만 청문회 목적 자체를 잊어버린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