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전기차 업체의 해외 투자액이 처음으로 국내 투자액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내 출혈경쟁이 심화하면서 국내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업체들이 해외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로이터는 미국 시장조사업체 로듐그룹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전기차 업체의 2022~2024년 해외 직접투자액이 연평균 304억 달러(약 42조7000억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앞서 2018~2021년 연평균 투자액인 85억 달러의 약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반면 지난해 중국 전기차 업체의 국내 투자액은 150억 달러에 그쳤다. 2022년만 해도 940억 달러에 달했으나, 2년새 6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로듐그룹은 보고서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네이쥐안(內卷, 제살 깎기식 경쟁)'이 심각한 국내시장에서 탈피해 수익성을 모색한 데 따른 결과"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영국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이 중국에 상장된 자동차업체 3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평균 순이익률은 지난해 0.83%로, 2019년 2.7%에서 뚝 떨어졌다. 중국내 과잉생산, 저가 경쟁 등 소모적인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것이다.
이에 중국 업체들은 국내시장에서 탈피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중국 전기차왕 비야디가 연내 생산을 목표로 유럽 헝가리 남부에 전기차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며, 터키에도 공장을 지어 내년 가동할 예정이다.
중국 지리자동차도 베트남에 신규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며, 체리(치루이)자동차와 창청자동차도 러시아와 남미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대 중이다. 동남아와 인도에서도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유럽연합(EU),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일부 지역에서 중국산 자동차가 대거 유입하는 것을 견제해 전기차에 관세를 물리기 시작함에 따라 중국 업체들은 관세 장벽이 낮은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고도 보고서는 전했다.
한편 올 들어 중국 정부는 전기차를 비롯해 태양광 패널, 리튬 배터리, 철강, 시멘트, 식품 배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제 살 깎기'식 출혈경쟁이 나타나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되자 출혈경쟁 단속을 경고하고 나섰다.
올해 3월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정부 업무보고에는 처음으로 네이쥐안 경쟁을 정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6월에는 덤핑 등을 막기 위한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도 발표했다. 7월 초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주재로 중앙재정경제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업들의 무질서한 가격 경쟁을 규제하고 낙후된 생산력을 질서 있게 퇴출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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